[오늘의 눈] “BUY”만 쓰는 리포트…갈길 먼 괴리율 공시제/최선을 금융부 기자

[오늘의 눈] “BUY”만 쓰는 리포트…갈길 먼 괴리율 공시제/최선을 금융부 기자

최선을 기자
입력 2017-06-13 22:54
수정 2017-06-14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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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사라’고 재촉할 뿐 절대 ‘팔라’고 말하지 않으니 어떻게 믿고 투자할 수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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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을 금융부 기자
최선을 금융부 기자
증권사 리포트에 대한 개인 투자자들의 불만이다. 주식시장에서 정보력이 약한 ‘개미’들은 증권사 리포트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리포트 대부분이 ‘묻지마식 매수’ 의견을 내고 있다. ‘뻥튀기’, ‘엉터리’라는 비판을 받아 온 증권사 리포트를 바로잡기 위해 금융 당국이 칼을 빼들었다. 목표 주가와 실제 주가 간 괴리율 공시제가 도입된다.

오는 9월부터 애널리스트들은 리포트에 목표 주가와 실제 주가의 차이를 표기해야 한다. 종목 분석 리포트에서 제시한 목표 주가가 일정 기간이 지난 뒤 실제 주가의 평균치와 얼마나 다른지 보여 주는 것이다. 애널리스트들이 좀더 현실적인 목표 주가를 내놓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매수 일색’ 관행을 개선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부터 괴리율 공시제 이야기가 나오자 증권사들은 올 초부터 목표 주가 거품 빼기에 돌입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지난해 하반기 313개 종목을 대상으로 집계했을 때는 목표 주가와 실제 주가의 평균 괴리율이 58%였다. 하지만 올 초부터 현재 시점까지는 28%로 줄어들었다. 그럼에도 매도 기피 관행은 여전하다. 최근 6개월 증권사 37곳 중 매도 리포트를 1개라도 낸 곳은 대신증권, KTB투자증권, 케이프투자증권뿐이다. 매도 의견 리포트는 단 6개로 총 1만 1740개 중 0.05%에 불과하다.

9월이 되면 상황이 크게 달라질까. 업계 관계자들은 “기업을 상대로 영업해야 하는 증권사 입장에서는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애널리스트들이 소신껏 ‘매도’ 의견을 낼 수 있도록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증권사별로 ‘매도 리포트 쿼터제’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애널리스트들은 괴리율 공시제만으로도 “자율성 침해”라며 반발한다. 매도 리포트를 내면 해당 기업뿐 아니라 그 종목을 보유한 투자자들까지 협박성 항의전화가 빗발친다는 하소연이다. 하지만 투자자 보호를 위해 정확한 전망을 담은 리포트가 필요하다는 방향성에 동의한다면 성장통을 겪고 수업료를 지불하더라도 시도해 볼 만한 이유는 되지 않을까.

csunell@seoul.co.kr
2017-06-14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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