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저 X가 왜 여기 왔어?”/안석 정치부 기자

[오늘의 눈] “저 X가 왜 여기 왔어?”/안석 정치부 기자

안석 기자
안석 기자
입력 2016-02-23 22:36
수정 2016-02-23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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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년(여자)이 왜 여기 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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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석 정치부 기자
안석 정치부 기자
2014년 7·30 재보선이 끝난 뒤 새정치민주연합의 첫 의원총회장. 광주 광산을에 당선된 권은희 의원이 모습을 드러내자 여성 의원의 앙칼진 목소리가 한 당직자의 귀에 들렸다. 권 의원은 상스럽게 자신을 부르는 말을 들었을까. 선거 패배로 침울한 분위기 속에 단상에 선 그는 “저에 대한 우려를 잘 알고 있다”며 떨리는 목소리로 여의도 등원을 신고했다.

“권은희 공천 때문에 졌다.” “같은 대학 선배 ○○○의 말만 듣는 거 아니냐.” 당내에서는 선거 패배의 원인을 권 의원에게 돌리는 여론이 적지 않았다. 그 뒤로도 권 의원과 여성 의원들은 잘 어울리지 못했다. 물론 권 의원이 그래서 탈당했다는 말은 아니다(솔직히 탈당에 대해 자유롭게 손가락질할 야당 의원도 많지 않다고 본다). 학교에서나 보던 ‘왕따’가 제1야당에서 일어난 셈인데, 권 의원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너, 국회의원 한 번 더 하려고 이러는 거지?”

지난해 말 더불어민주당에서 중진과 수도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조기 선대위 구성 논의가 한창일 때 문재인 대표 측 인사가 후배 A의원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의 내용이다. 서로 생각이 다를 수는 있지만 동료 의원에게 어떻게 이런 문자를 보낼 수 있을까. 쪼개지는 당을 어떻게든 막아 보겠다던 A의원의 심정은 쓰라렸다. 며칠 뒤 안철수 탈당 소식을 들은 그의 마음은 더욱 비통했다.

정치권에서는 상대 당만 공격하는 게 아니다. 같은 당 동료에 대한 공격도 비일비재하다. 당권이나 공천권을 놓고 다투는 경우도 있고, 노선이나 정책의 차이로 같은 당 동료를 비판하기도 한다.

싸우더라도 선거에서만 이길 수 있다면 얼마든지 싸워도 좋다. 노선·정책도 마찬가지다. 예컨대 요즘 더민주에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을 이끈 김현종 전 유엔대사의 입당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는데, 이참에 누구 말이 옳은지, 참여정부가 비준한 FTA인데 왜 이 당에서 비판이 나오는지 더 다퉈 봐도 좋겠다.

하지만 동료에 대한 공격이 개인이나 계파의 이익 때문이라면 동의하기가 어렵다. 모욕을 주기 위한 것이거나 도덕적 우월감으로 상대를 공격해서도 곤란하다.

앞서 소개한 사례들이 그렇다. ‘우리는 옳고 너희는 그르다’는 이분법이 더욱 상처를 주는 것은 막말이나 비아냥과 같은 방식으로 상대에게 전달되기 때문일 것이다. 야권이 대중의 신뢰를 잃은 원인 가운데 하나도 바로 이러한 ‘공격의 태도’ 때문이 아니었을까.

4월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에 새로운 인물들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새 국회가 시작하면 동료 의원 상당수는 바뀌어 있을 것이고, 이 가운데는 여의도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적지 않게 있을 것이다. 이들에게는 권 의원이 새정치연합에서 겪은 ‘왕따’나 계파, 개인의 이익을 전체의 이익으로 둔갑해 공격하는 일이 부디 없었으면 좋겠다. 요즘 더민주 내에서 젊은 영입 인사들을 놓고 벌써부터 선배 정치인들의 험담, 뒷담화가 도는 모습을 보니 조금 우려가 돼 하는 말이다.

sartori@seoul.co.kr
2016-02-24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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