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평택·오산·수원이 메르스 주요 위험지역? 방문만 했어도 귀가조치한 예비군 훈련장/한재희 기자

[오늘의 눈] 평택·오산·수원이 메르스 주요 위험지역? 방문만 했어도 귀가조치한 예비군 훈련장/한재희 기자

한재희 기자
입력 2015-06-25 00:30
수정 2015-06-25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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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사태의 영향은 예비군 훈련장도 피해 가지 못했다. 예비군 훈련을 받기 위해 지난 23일 찾은 경기 고양시 노고산 훈련장은 예년에 비해 한산한 모습이었다. 훈련장의 한 교관도 마스크를 쓴 채 “메르스 때문에 응소율이 평소의 절반밖에 안 되는 것 같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예비군들의 불안감을 의식한 국방부도 혹시나 있을지 모르는 훈련장 내 메르스 전파를 막기 위해 대응책을 내놨다. 면면을 살펴보면 대체적으로 철저히 대응하려는 국방부의 노력이 엿보인다.

한재희 정치부 기자
한재희 정치부 기자
일단 예비군은 노고산 훈련장에 도착하자마자 세정제로 손을 닦은 후 시간을 두고 3차례에 걸쳐 체온을 재야 한다. 훈련 동안 착용할 수 있는 마스크도 지급된다. 이후에는 중동지역 방문 여부 및 메르스 증상 유무를 확인하는 문진표를 작성한다. 체온이 너무 높거나 위험 병원을 방문한 것이 드러나면 즉각 귀가 조치가 취해진다.

아쉬운 점도 눈에 띈다. 교관들이 나눠준 문진표에는 ‘지난 14일 동안 주요 위험지역인 평택, 오산, 수원 등에 거주하거나 방문했는지’를 묻는 항목이 있다. 만약 해당 지역을 거친 적이 있다고 답하면 곧바로 귀가 조치가 내려진다. 문진표를 담당하는 한 교관은 “방금도 어떤 예비군이 해당 지역을 방문했었다고 해 바로 돌려보냈다”며 “이 경우 훈련 8시간 중 4시간만 인정받는다”고 설명했다.

평택, 오산, 수원 등에서 많은 환자가 발생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 지역에 방문한 것만으로 메르스에 걸릴 확률은 희박하다. 그럼에도 이 지역을 ‘주요 위험지역’으로 명명하고 이른 시각 멀리 훈련장까지 찾아온 예비군을 돌려보내는 것은 필요 이상의 불안감을 조장하는 너무한 조치가 아닐까.

국방부 관계자는 24일 통화에서 “(메르스 관련) 매뉴얼이 있긴 하지만 세부적으로 정해서 주는 것은 아니다”며 “실정에 맞게 하는 것은 일선 부대에서 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부대마다 상황이 달라 파악이 어렵더라도 명백히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나서서 시정하는 것이 국방부가 할 일이다. 국방부는 변명으로만 일관하지 말고 재빠른 실태 파악을 통해 문제 개선에 나서야 할 것이다. 그러지 않으면 이미 잘하고 있는 대처마저도 싸잡아 손가락질당할 수 있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2015-06-25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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