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박 대통령式 인사의 ‘나비효과’/장세훈 정치부 기자

[오늘의 눈] 박 대통령式 인사의 ‘나비효과’/장세훈 정치부 기자

장세훈 기자
입력 2015-02-17 00:12
수정 2015-02-17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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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수를 마치고 지난달 복귀했다. 정치권과 공직사회 등에 몸담고 있는 취재원들과 귀국 인사를 나눴다.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후 2년 동안 고수해온 인사 원칙이 만들어낸 ‘나비 효과’에 귀가 솔깃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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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훈 정치부 기자
장세훈 정치부 기자
현 정부는 출범 직후 과거 정부에서 심심찮게 해왔던 ‘1급 일괄 사표’와 같은 인위적 물갈이를 하지 않았다. 고위 공직자들이 산하기관 임직원 등으로 재취업하는 통로도 좁혔다. 승진이나 영전을 위한 공무원들의 줄대기를 차단하고, 국민감정을 자극하는 ‘관피아(관료+마피아) 논란’에서 어느 정도 벗어났다.

하지만 이로 인해 정부 출범 후 2년이 지난 지금 공직사회 전체가 ‘고인 물’이 됐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연공서열 문화가 여전해 선배를 뛰어넘는 후배가 배출되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빈자리까지 줄어 운신의 폭은 더욱 좁아졌다는 것이다. ‘일을 해야 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과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의 부조화도 심화됐다. 줄대기 대신 눈치보기가 극심해졌다. ‘인맥경화’(人脈硬化) 현상이 빚어지는 셈이다.

청와대의 경우 역대 정권에서는 어공(어쩌다 공무원)과 늘공(늘 공무원)의 신경전이 치열했다. 박 대통령은 어공들의 청와대 진입을 최소화했고, 권한과 직급도 낮췄다. 선거 지원과 국정 운영이라는 업무 성격이 다르니 중용하는 참모 역시 바뀌어야 한다는 데 이의가 없고, 이는 ‘실세 논란’이나 ‘권력 비리’를 차단하는 데도 효과적이다.

2년이 지난 지금, 대통령과 철학을 함께하며 정권의 개혁 과제를 진두지휘해야 할 어공들의 존재감은 거의 없다. 어공과 늘공 사이의 견제와 균형도 기대하기 어렵다. 청와대 내부에서 ‘워치독’이 아닌 ‘외딴섬’이 됐거나, 아예 자리조차 없는 경우도 다반사다. 한 해에 통상 2~3번 이뤄지던 승진 인사도 지난해에는 한 차례뿐이었다. 반면 걸핏하면 ‘접촉 금지령’ ‘음주 자제령’ 등이 떨어진다는 하소연만 늘었다. 결국 ‘신상(信賞)은 없고 필벌(必罰)만 있다’는 얘기다.

집권 3년 차를 맞는 박 대통령 입장에서는 올해가 정권의 성패를 가를 ‘골든 타임’이다. 개혁 과제는 ‘다수의 미는 힘’보다는 ‘소수의 끄는 힘’에 의해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인사는 사기와 직결되고, 사기는 곧 개혁의 추진 동력이 된다. 개혁을 추진하겠다는 박 대통령의 목소리가 ‘공허한 외침’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지난 2년간의 인사 방식이 만들어낸 나비 효과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할 시점이다.

shjang@seoul.co.kr
2015-02-17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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