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길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그리고 사법부의 대법원장도, 행정부처의 장관도 확 바뀌었다. 며칠 전 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상생연대를 실천하는 노사와의 만남’ 행사를 통해 향후 노동계의 과제로 노동 문제가 비중 있게 다뤄질 것임을 시사했다.
최저임금 1만원 인상, 근로시간 단축,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 완화, 노조 조직률 제고(산별교섭의 제도화) 등 거의 경제계의 경영 환경을 숨막히게 하는 정책 일색이다. 문 대통령은 경제, 노동정책이 노사 간에 유익하다는 점을 반드시 보여주겠다면서 노사 양측에 딱 1년만 정부를 믿고 힘을 실어 달라고 부탁했다.
최근 입법기관인 국회에서 정당 간 다양한 정치 쟁점으로 노동법 개정은 정치 일정상 여의치 않지만 집권 여당은 주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논의하려고 한다. 그런데, 먼저 노동법상 휴일근로의 연장근로 중복할증을 인정할 것인지의 쟁점을 가진 시설관리공단 사건에 대해서는 내년 1월 18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공개 진술이 예정돼 있다. 수년 동안 국회의 법 개정에 기다리다 지친 결과라고 생각된다. 소송 준비 과정 등에 많은 아쉬움이 있지만 이젠 지켜볼 뿐이다.
또한 기업 규모별 단계적 적용 및 특별연장근로 8시간을 허용할지 여부의 쟁점에 대해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이제야 ‘30명 미만 중소기업에 한해 노사가 합의할 경우 1주 8시간의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하라’는 중소기업 업계의 주장에 ‘동감’한다고 밝혔다. 물론 기업 규모별로 단계적인 적용을 하는 데도 3~4년의 기간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한다. 기업이 근로시간 단축에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 11월 말 일본의 중견 노동법학자인 고베대 오무치 신야 교수의 ‘근로시간제도개혁’이란 책이 번역됐다. 우리와 비슷한 법 제도를 가진 일본 근로시간제도의 큰 개혁 시기에 어떤 논의가 이뤄졌는지 유용한 책이다. 물론 장시간 근로에 따른 과로 문제도 있지만 실제로 장시간 근로를 비판하는 사람의 ‘위선’을 지적한 것이 눈에 띄었다.
뛰어난 성과를 창출한 사람에 대한 칭송은 이를 창출한 근무 방식도 승인하는 것에 동감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근로시간제도를 개혁하는 데 창조적인 성과는 장시간 근로를 통하여 창출해 왔다는 사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부제가 ‘화이트 칼라 이그젬션(근로시간의 적용제외)은 왜 필요한가?’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열기 속에서 일본에서의 논의 차원은 약간 우리와는 달리 선진적이다.
당면한 21세기에 우리의 급속한 고령화,저출산 추세, 생산가능인구의 감소화, 국내외 경영 환경의 악화 등에서 고용사회의 미래를 예측해 볼 때 근로시간제도의 개혁은 산업계에 엄청난 여파가 있는 과제다. 이러한 개혁에서 필요한 것은 이론적인 줄기이다. 향후 우리나라의 경제가 경쟁력을 갖고 노사 모두가 소망하는 고용사회를 만들기 위한 절실한 개혁은 무엇인가라는 높은 차원에서 전문가의 작업이 절실하다.
전문가는 오로지 ‘학문적인 논증 작업’을 통해 자신의 판단 기초를 견고하게 하면 된다는 어느 전 대법관의 고언이 귓가에 맴돈다. 지속 가능한 경영 환경의 주춧돌을 정립하기 위한 내용을 담고 있는 근로시간제도의 개혁이 필요한 타이밍이다.
2017-12-25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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