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Out] 학생 안전이 최우선이다/송창영 한양대 방재안전 공학과 특임교수

[In&Out] 학생 안전이 최우선이다/송창영 한양대 방재안전 공학과 특임교수

입력 2017-11-21 21:16
수정 2017-11-21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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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창영 한양대 방재안전 공학과 특임교수
송창영 한양대 방재안전 공학과 특임교수
2016년 11월 19일 오전 11시 48분 일본 와카야마현 남부에서 진도 4의 지진이 발생했다. 당시 긴키대학에서는 입시시험인 본고사가 진행 중이었다. 지진을 이유로 시험 시간을 1분 더 추가하는 등 교실마다 대응이 조금씩 달랐는데, 이를 두고 사회적으로 논란이 일었다. 갑론을박이 벌어졌지만, 긴키대학의 대응이 불공평했다는 게 전반적인 평가였다.

지난 15일 오후 2시 29분 경북 포항에서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했다. 지진 여파로 행정안전부와 경상북도교육청은 다음날 예정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연기하도록 교육부에 건의했다. 교육부는 “학생 안전이 최우선”이라며 수능을 23일로 1주일 연기한다고 밝혔다. 수능이 자연재난 때문에 연기된 것은 1994학년도 수능 도입 이후 처음이다.

일부에서는 건물에 금이 조금 갔을 뿐 시험 치르기에는 무리가 없었다는 지적도 있었다. 그러나 공정성과 형평성을 기본 전제로 하는 수능을 동등하지 못한 환경 조건 속에서 누군가는 치러야 했고, 여기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여러 피해는 고스란히 포항의 수험생들이 감당해야 했다.

물론 수능 연기로 많은 포항 학생들보다 훨씬 많은 전국의 수험생이 피해를 봤다. 여기에 이미 배포된 시험지 유출 사고, 그리고 고사장을 미리 확인했던 수험생의 부정행위를 막기 위한 시험실 이동 등 문제도 추가됐다. 그러나 만약 수능이 예정 날짜대로 무리하게 치러지고 여진으로 시험실이 자칫 손상돼 수험생 단 한 명이라도 다쳤다면, 정부는 그에 상응하는 엄청난 비난을 떠안아야 했을 것이다.

예측 불가능한 천재지변에 우리가 서로 배려하며 함께 대처하는 것은 매우 뜻깊은 일이다. 포항 지진과 이에 따른 대응을 보고 우리는 ‘더불어 사는 세상’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짚어 볼 수 있었다. 수능 연기 때문에 포항을 비롯한 수많은 지역 수험생들도 치열한 점수 경쟁보다 더불어 사는 세상이 더 중요함을 조금이나마 배웠을 것이라 생각한다.

2012년 18대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는 ‘사람이 먼저다’라는 슬로건을 내세웠다. 그 기반에는 사람 중심의 휴머니즘적 철학이 바탕이 돼야 한다. 정부는 이번 결정을 내리기까지 많은 고민을 했을 것이다. 방재안전 전문가로 학생을 가르치고 실무를 연구하는 필자로선 수능 하루 전날 휴머니즘에 우선을 두고 수능을 연기한 정부의 결단이 옳았다고 본다.

모든 국민은 안전할 권리를 가진다. 앞서 2014년 4월 16일, 우리는 세월호 참사를 겪었다. 그리고 배웠다. 어른들의 잘못된 선택으로 두 번 다시 어린 학생들을 잃어선 안 된다는 것을. 정부의 수능 연기 결정은 위기 상황 속에서 무엇을 우선해야 하는지를 보여 준 상징적인 사건으로, 다른 나라에도 좋은 사례가 되리라 본다.
2017-11-22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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