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Out] 담임목사 세습은 자기 기만의 극치/박득훈 목사·교회개혁실천연대 공동대표

[In&Out] 담임목사 세습은 자기 기만의 극치/박득훈 목사·교회개혁실천연대 공동대표

입력 2017-11-19 17:10
수정 2017-11-20 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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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를 거듭 내어서 이 글을 쓴다. 한국의 목회자 가운데 한 사람으로서 한국교회의 치부를 적나라하게 들추어내는 글이기 때문이다. 먼저 그리스도인이 아닌 독자들께 머리 숙여 사과드리지 않을 수 없다.
박득훈 목사·교회개혁실천연대 공동대표
박득훈 목사·교회개혁실천연대 공동대표
교회가 아름다운 이야기로 사회에 감동을 주기는커녕 오히려 너무나도 큰 민폐를 거듭 끼치고 있으니 말이다. 지난 12일 초대형 교회 중 하나인 명성교회가 담임목사직을 아들 목사에게 세습했다. 비통함을 금할 길 없다.

올해는 유럽 중세교회개혁 500주년이 되는 해가 아닌가. 한국 교회는 한 해 내내 마땅히 자신의 부끄러운 몰골을 직시하고 통렬히 회개하는 데 혼신의 힘을 다해야 했다. 현실은 정반대이다. 물론 한국교회 개혁을 위해 몸부림치는 이들과 교회, 그리고 단체가 곳곳에 있다. 하지만 갈수록 썩어 가는 교회들을 막아서기엔 역부족이다.

병은 알려야 고친다 하지 않았던가. 한국교회, 특히 제왕적 목사들의 병폐를 고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널리 알리기 힘든 데 있다는 것이다. 민주주의가 정착된 일반사회의 경우 주요 인물이나 조직 혹은 단체가 비리를 저지르면 언론을 통해 그 소식이 순식간에 퍼지기 마련이다. 심각한 경우엔 지난 촛불 시민혁명에서 본 것처럼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평화적으로 저항한다.

그 힘으로 부패한 대통령을 파면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교회는 사정이 전혀 다르다. 자기 교회 담임목사가 세습, 성폭행, 횡령 등을 저질러도 수많은 교인이 그를 옹호하고 감싸는 경우가 허다한 실정이다. 무엇보다 올바른 비판과 저항의 목소리가 그들의 귀에 전달될 통로가 차단되어 있기 때문이다. 세습하는 아버지 목사가 ‘대형 교회 담임목사직은 아무런 특권도 없는 무거운 십자가일 뿐이다’, ‘교회헌법에 따라 청빙 절차를 따르고 있다’, ‘담임목사는 하나님, 교회와 더불어 교인의 3대 중심이니, 중요한 결정을 할 땐 담임목사의 말을 잘 따라야 한다’는 사악한 거짓말을 해도 대다수 순진한 교인들은 믿는다.

타락한 고대 북이스라엘 지배세력이 도무지 회개할 생각조차 하지 않자 하나님은 특단의 조치를 취하신다(아모스 3:9-10). 하나님을 알지 못하는 이웃나라들의 요새에 특사를 보내신다. 그들을 북이스라엘 사마리아지역의 산으로 초청해 도성에서 벌어진 억압과 불의를 목도하게 하기 위함이다. 하나님은 자기 백성의 치부를 하나님을 알지 못하는 백성에게 드러내기로 작정하셨다. 그러면 혹시 부끄러워서라도 자기 백성들이 돌이키지 않을까 하는 기대 때문이리라. 하나님의 처절한 사랑이다.

그런 하나님의 심정을 담아 교회세습이 얼마나 무서운 범죄인가를 여기서 고발한다. 담임목사직 세습이야말로 자기 기만의 극치다. 세습을 완료하는 공적예배에서 아들 목사는 ‘명성교회의 영원한 주인은 하나님’이라고 천명했다. 세습에 대한 세상과 교계의 ‘우려가 적절하다고 생각한다’며 ‘그 우려가 우리에게 해당되지 않음을 증명해 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 길로 하나님 앞에 바로 서기, 사회적약자들을 살리기, 하나님이 주신 자원을 하나님 기뻐하시는 곳에 사용하기를 제시했다.

자기 기만이 이 정도로 깊어지면 예수님의 과격한 처방 외에는 달리 답이 없다(마가복음 10:21-22). 명성교회는 지금 당장 그동안 몰래 축적해 온 800억원뿐 아니라 담임목사 개인과 교회의 모든 재산을 다 팔아 가난한 사람에게 나누어 줘야 한다. 제발, 그 처방전을 받아든 부자처럼 슬픈 기색으로 예수님 곁을 떠나가지 말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2017-11-2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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