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Out] 공수처, 검찰 개혁의 출발점/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In&Out] 공수처, 검찰 개혁의 출발점/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입력 2016-08-02 20:40
수정 2016-08-02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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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검찰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 1999년 소위 옷로비 사건 등으로 검찰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했을 때 김대중 대통령이 한 말이다. 하지만 그 뒤로 20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스폰서검사’, ‘그랜저검사’ 등 검찰 비리는 여전히 반복됐다. 그때마다 ‘뼈를 깎는 각오’를 내세운 검찰의 다짐과 그에 뒤따르는 검찰의 식언 역시 한 치의 틀림없이 재연됐다.

최근 홍만표 변호사와 진경준 검사장,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등을 중심으로 연이어 터져 나온 비리 의혹 사건들은 국민에 대한 검찰의 해묵은 기만 위에 자리잡고 있다. 매번 스스로 개혁하겠다고 다짐해 놓고도 이런저런 변명과 술수로 그때그때 국민적 분노를 우회하고 결국에는 제자리로 돌아오는, 더이상 자정 능력을 기대하기 어려운 우리 검찰의 현주소를 그대로 대변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 검찰은 엄청난 권력을 독점해 왔다. 수많은 비판을 받아 왔던 기소독점, 기소편의의 권한은 물론 수사권과 교도소 수형자에 대한 관리 권한까지 한 국가의 형사사법권을 대부분 검찰이 독점하고 있다. 이는 전 세계에 유례가 없을 정도다.

참여연대의 조사에 의하면 최근 법무부 실·국장의 95%가 검사 출신이다. 인권 보장이나 국가 송무 업무는 물론 주요 법령의 제·개정까지도 검사들이 주도해 왔다.

여기에 연인원 400명이 넘는 검사가 이런저런 국가기관에 파견돼 그들의 영향권을 확대해 왔다. 형식적으로 퇴직한 검사들이 진출하는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검찰과 청와대를 연결해 정치와 검찰권이 서로 융합될 수 있는 통로가 되기 십상이다.

설상가상 격으로 검찰 권력은 전혀 견제받지 않는다. 국민의 대표 기관인 국회 또한 공직선거법이나 정치자금법 등에 발목이 잡혀 검찰 눈치 보기에 급급하다. 검찰을 무소불위의 권력이라 지칭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검찰은 자정 의지는커녕 스스로 자정할 능력조차 상실해 버렸다. 그래서 우리 검찰이야말로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표현의 전범이 됐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요즘 종종 거론되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안은 이 점에서 너무도 절실한 검찰개혁 방안이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일례로 검찰은 홍만표 변호사 사건과 관련해 그가 몰래 변론한 60여건의 의뢰인 명단을 공개하라는 대한변호사협회의 요구를 거부했다. 실제 이 사건의 경우 홍 변호사의 사소한 변호사법 위반이나 탈세 혐의보다는 그와 연루된 현직 검사들에 대한 조사와 수사가 이뤄져야 할 사안이다. 그래야 우리의 법질서가 제대로 잡힌다.

공수처가 있으면 사정은 달라진다. 검찰의 비리 혐의는 공수처가 수사해 진실을 밝혀내면 된다. 홍만표든, 진경준이든, 우병우든 그들의 원뿌리이자 한솥밥 식구인 검찰이 아니라 별도의 기관인 공수처가 수사하면 된다.

검찰을 중심으로 나오는 위헌이니 옥상옥이니 하는 반론들은 사실 구차하다. 그것들은 이미 다른 이론과 다른 관행이 존재하거나 혹은 제도를 어떻게 설계하고 운영할 것인가의 문제에 불과하다.

청와대는 물론 법무부와 다른 국가기관에서 검찰이 물러나는 것은 별도의 입법 조치 없이 약간의 인사 조치만으로도 손쉽게 할 수 있는 개혁 방안이다. 혹은 개각설이 나오는 김에 법무부 장관이나 청와대 민정수석을 먼저 비검사 출신으로 바꾸는 것도 작은 돌파구가 될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일은 정치가 도맡아 해야 한다. 검찰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고 하지만, 실제 현실은 그렇지가 못하다. 검찰은 그동안의 식언의 역사를 통해 이미 자정 능력을 상실한 일종의 ‘죽은 조직’임을 스스로 증명해 왔다. 이런 이유로 정치가 바로 서서 검찰을 다잡아야 나라가 바로 설 수 있게 된다.

청와대는 검찰을 통치의 수단으로 삼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국회는 검찰을 바로잡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드러내 보여야 한다. 공수처가 바로 그 출발점이다.
2016-08-03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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