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Out] 수출활로, 부가가치 향상에서 찾아라/김극수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장

[In&Out] 수출활로, 부가가치 향상에서 찾아라/김극수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장

입력 2016-04-17 18:20
수정 2016-04-18 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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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극수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장
김극수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장
세계무역이 정점에 이르렀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몇 년째 증가세가 둔화되던 세계무역액이 급기야 지난해에는 13% 감소했다. 세계경제가 만성적 공급 과잉과 수요 부진으로 저성장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국제유가의 장기적 하락 기조와 디지털경제의 확산도 부정적으로 작용한 탓이다.

세계무역이 동력을 잃다 보니 우리 수출도 어려움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지난해 초부터 15개월 연속 감소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수출활력 회복을 위해 최근 정부가 ‘산업단지 수출 카라반’을 통한 수출애로 해소와 소비재수출대책을 내놓고 장기적 시각에서 신산업 육성을 준비하는 것은 바람직한 정책 방향이다. 이처럼 미래 먹거리를 찾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과제가 수출의 질적 개선, 그중에서도 부가가치를 높이는 것이다.

우리 수출이 국내에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정도, 즉 부가가치율은 세계 10대 수출국 가운데 가장 낮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11년 수출의 부가가치율은 우리나라가 58.3%로 일본 85.3%, 미국 85.0%, 독일 75.5%보다 크게 낮을뿐더러 중국의 67.8%에도 못 미친다. 이 같은 원인은 핵심 소재와 부품, 고급 자본재에 대한 해외 의존도가 높고 소비재 산업이 취약하며 서비스산업이 낙후됐기 때문이다.

먼저 소재부품과 소비재 중심의 중소·중견기업의 수출 비중을 늘려야 한다.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수출 참여율은 2.7%로 미국 5.2%, 독일 10.8%에 비해 매우 낮다. 고급 소비재 산업도 육성해야 한다. 소비재 산업은 대체로 중간재 산업보다 부가가치가 높기 마련이다. 전체 수출 중 소비재의 비중은 우리나라가 15.6%로 제조강국인 독일과 일본의 절반 수준이다. 또 세계 100대 고가 소비재 브랜드 중 우리나라 브랜드는 겨우 1개에 불과하다. 선진국 고급소비재 시장 진출과 함께 소비대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에 대한 소비재 수출을 늘려야 한다.

정보통신기술(ICT) 산업기반을 활용한 서비스산업의 수출산업화가 중요하다. 상대적으로 부가가치가 높은 서비스산업의 수출산업화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ICT 융합기술의 확산으로 서비스가 빠르게 교역재가 되고 있으므로 규제개혁과 정책지원이 시급하다.

글로벌 가치사슬을 효과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수출의 부가가치는 어떤 상품을 수출하는가보다 가치사슬에서 어떤 공정이나 영역을 담당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 우리나라가 보다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영역을 담당하고, 제조의 공정 효율화와 고품질 제품의 생산, 디자인·브랜드·마케팅 부문의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다.

끝으로 생산의 국내화가 필요하다. 자동차, 휴대전화 등 주요 업종의 해외 생산이 계속 확대되는 추세이나 국내 기업환경 개선으로 국내화를 유도해야 한다.

1980년대 말 한국경제를 ‘가마우지 경제’로 빗댄 말이 회자됐다. 핵심부품과 소재를 대부분 일본에서 수입해 오기 때문에 완제품을 수출해도 부가가치의 상당 부분을 일본이 가져가는 우리 수출의 약점을 가마우지를 이용해 물고기를 잡는 것에 비유한 말이다. 세계 무역의 패러다임 전환기인 지금이 수출의 부가가치를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릴 좋은 기회다.
2016-04-18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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