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대] 오바마가 케냐로 간 까닭은/나창엽 코트라 실리콘밸리 무역관장

[글로벌 시대] 오바마가 케냐로 간 까닭은/나창엽 코트라 실리콘밸리 무역관장

입력 2015-08-16 18:06
수정 2015-08-16 20:43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14
이미지 확대
나창엽 KOTRA 실리콘밸리 무역관장
나창엽 KOTRA 실리콘밸리 무역관장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 대한 케냐의 사랑은 각별하다. 케냐는 그가 대통령에 당선된 다음날인 2008년 11월 6일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했을 정도다. 세계 최강대국 대통령의 뿌리가 바로 여기라는 것을 보여 주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정작 오바마 대통령의 반응은 매우 싸늘했다. 지금도 수시로 한국과 비교해 기를 죽인다. 본인이 태어난 1961년 케냐와 한국의 경제력이 비슷했지만 지금은 40배 이상 차이가 난다고 말이다.

그런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7월 임기를 일 년 반 남짓 남겨 놓고 케냐를 찾았다. 열렬한 환영에 감사해하면서도 쓴소리는 여전했다. 외국에 기대지 말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라, 국가 발전의 가장 큰 걸림돌인 부패를 척결하라, 동성애를 차별하지 말라 등 민감한 문제에 대해서도 거침없이 얘기했다.

그동안 아프리카, 특히 케냐에 대한 오바마 대통령의 정치적 입장은 자유롭지 못했다. 미국 최초의 유색인, 더구나 흑인 대통령으로서 세계에서 가장 빈곤한 친부의 땅에 대한 조그마한 사적인 관심이나 치우침도 용인되지 않았을 것이다.

마이너리티에 대한 보이지 않는 차별이 여전한 미국에서 자칫하면 반쪽 아프리카 사람으로 비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간 미국이 아프리카와 다소 소원한 관계가 됐던 또 다른 이유로 짐작된다.

아프리카는 중국의 영향력이 매우 큰 곳이다. 중국은 수십년간 경제원조라는 명목으로 엄청난 자금을 아프리카에 쏟아부어 왔다. 다만 미국과 유럽 등 서방국과 다른 점은 돈을 주면서도 내정에 한마디 간섭이나 쓴소리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프리카의 국가 지도자들은 중국을 매우 좋아한다.

이러한 이해관계가 합치돼 중국은 자원을 확보하고 미국의 세 배에 이를 만큼 교역을 늘리고 각종 인프라 프로젝트를 통해 자국민의 일자리까지 아프리카에서 만들어 왔다. 짐작컨대 이런 중국을 보면서 미국이나 오바마 대통령도 많이 답답했을 것이다.

그는 다음에 미국 대통령이라는 옷을 벗고 다시 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케냐를 떠났다. 임기가 많이 남지 않은 시기에 오바마 대통령의 아프리카 방문을 보면서 여러 가지 뜻이 느껴졌다. 무엇보다 그간의 아프리카에 대한 잠재적 부담을 벗겠다는 의지가 보인다. 앞으로는 중국을 견제하면서 아프리카와 더 깊은 실리 관계를 구축하겠다는 뜻도 짐작된다. 오바마 이후에 일어날 미국과 아프리카의 긍정적 변화가 더 기대되는 이유다.

아프리카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열사와 빈곤의 땅이 아니다. 특히 케냐와 같은 동아프리카 지역은 쾌적한 기후와 비옥한 땅, 자원도 매우 풍부하다. 광케이블 통신망도 이미 구축돼 있다. 따라서 이제 세계 12대 경제 대국으로 급성장한 우리의 노하우를 접목해 도전해 볼 만한 매력 있는 곳이다. 현지 인력 관리에 한국식 운영 시스템이 필수적이라 기 진출 한국 기업들도 한국인 관리자가 필요하나 아프리카에 대한 부정적 선입견 때문에 구인에 애를 먹고 있다.

이제 아프리카도 원조나 봉사가 아닌 창업과 취업과 같은 새로운 시각으로 볼 필요가 있다. 청년들도 분야에 따라 미국이나 일본보다는 중동과 중남미, 아프리카로도 눈을 돌려 보자. 경제발전 과정의 역경을 온몸으로 체험한 중장년 세대도 인생 후반기 새로운 기회를 여기서 찾아보면 어떨까. 포스트 오바마 시대에 불어올 아프리카의 변화를 함께 생각해 본다.
2015-08-17 30면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