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가림 호서대 교양학부 교수
이러한 중·미 두 나라의 염원은 드디어 1972년 2월 닉슨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 양국 사이에 이른바 ‘상해공동성명’이 발표됨으로써 20여년간의 적대관계는 끝나게 됐다. 미국을 ‘세계인민의 적’으로 간주하고 있던 중국이 미국과의 관계를 도모한 데는 소련이라는 초강대국의 위협에 현실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유일한 동반자는 미국뿐이라는 인식 때문이었다. 그러나 ‘상해공동성명’에는 두 나라가 아직 합의되지 않은 문제가 적지 않았다. 이 같은 견해 차이를 줄이기 위해 두 나라는 먼저 스포츠와 문화 분야에서부터 관계를 발전시킴과 동시에 키신저 보좌관과 닉슨과 포드 등 현직 대통령들의 연이은 방중을 통해 수교의 기틀을 다짐으로써 1979년 1월 1일을 기해 이들 양국은 대사급 외교관계를 수립하기에 이르렀다.
중·미 두 나라는 올해로 수교 35주년을 맞는다. 지난 4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리웬차오(李源潮) 부주석과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수교 35주년을 기념하는 행사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리 부주석은 “양국 지도자의 전략적 안목과 정치적 혜안을 통해 중·미 수교는 20세기 후반의 국제관계에서 전략적인 의미가 가장 큰 역사적 사건 중 하나”라고 평가했고, 카터 전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미·중 관계 발전의 증인으로서 미·중 간 우호적인 사업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길 희망한다”고 했다. 두 나라는 현재 90여개의 정부 간 대화채널과 5000억 달러의 무역규모에 연간 400여만명의 인적 교류를 기록하고 있는데, 이를 중·미관계의 현주소라 해도 무방할 것이다. 그러나 더 정확한 것은 갈등과 협력이 공존하고 견제와 균형을 추구하는 특수 관계라 하겠다. 이러한 관계는 중국이 주장하고 있는 ‘신형대국관계’와 미국의 ‘아시아 회귀’ 전략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문제는 중·미 간의 이런 관계 속에서 자존과 번영을 추구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 한국의 처지라는 현실이다. 이를 위해서 우리는 미국과는 기존의 ‘동맹관계’를 보다 강화시켜야 하고, 중국과는 ‘전략적 협력 동반자관계’를 더욱 발전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 솔직히 말하면, 중·미 양국은 지금 각기 자국만을 선택해주기를 내심 바라면서 상대국과의 밀월관계를 경계하고 있는 눈치다. 그래서 많은 전문가들은 중·미 외교에서는 고도의 균형감각을 견지해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균형감각도 중요하지만, 이는 소극적인 방법에 불과하므로 적극적인 방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중·미 간의 갈등과 협력이 공존하고 견제와 균형을 추구하는 중심에 서서 효과적인 역할을 자임하고 나서는 더 적극적인 전략을 추구하자는 것이다.
종전처럼 중·미가 공조하고 협력해주기를 바라기보다는 이들 양국이 견제와 균형은 물론 갈등을 해소하고 협력을 증진시키기 위해 우리가 더욱 필요하게 함으로써 우리의 자존과 번영을 구현하자는 것이다. 왜냐 하면 이러한 한국의 역할이야말로 중·미 간 윈·윈(win-win)효과를 볼 수 있고, 역내 국가들은 루즈·루즈(lose-lose)게임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2014-09-15 30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