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거북이 같은 걸음으로 올바른 협치 이끈다/문석진 서울 서대문구청장

[기고] 거북이 같은 걸음으로 올바른 협치 이끈다/문석진 서울 서대문구청장

입력 2021-10-04 20:24
수정 2021-10-05 0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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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석진 서울 서대문구청장
문석진 서울 서대문구청장
한동안 시끄럽던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논란이 다행히 일단락 됐다. 전국적 관심사이기도 했지만 초등학교 정문에 줄지어 놓인 근조 화환들을 직접 본 순간, 우리 아이들의 배움터에 있어서는 안 될 모습에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나서기로 했다.

향후 5년간 18조 5000억원을 투입해 40년 이상 된 전국 1400여곳의 학교를 개보수하는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사업은 분명 필요하다. 그러나 학교운영위원회 의견 수렴을 거친 곳은 소수에 불과했다. 어린이들의 학습권과 안전을 최우선에 놓고 학부모와 서울시교육청이 함께하는 협의가 수반돼야 함에도 사전 소통이 생략된 것이다. 이에 서대문구가 적극적인 중재자로 나섰다. 학부모들과 대화가 수차례 이어졌고, 교육감과의 대화 시간도 마련했다. 그리고 숙의 과정을 제안했다. 그 결과 지난달 15일 시교육청은 사업 추진을 보류하고 자율적 의견수렴을 통해 철회 여부 등을 최종 결정하겠다고 알려왔다.

이처럼 협치는 행정뿐 아니라 왜 우리 삶에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협치’란 단어는 낯설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힘을 합쳐 잘 다스려 나간다’는 뜻의 협치는 시대 변화로 행정의 역할이 달라짐에 따라 등장했다. 과거에는 공공 서비스를 관(官)이 직접 수행하는 경우가 많았고, 시민은 관리 대상이자 민원인에 그쳤다.

하지만 2010년 이후 서울시를 중심으로 시민들이 행정에 참여하는 민관 협치가 등장했다. 지역 사회 문제는 다수의 이해 관계자가 포함돼 있거나 행정의 힘만으로는 단기간 내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대부분이다. 이에 행정과 주민이 함께 문제를 고민하고 풀어나가는 협치가 떠올랐다.

협치가 안착하기 위해서는 먼저 민관 협치에서 ‘민’의 개념을 확대해야 한다. 훨씬 넓은 범위의 시민들을 민관 거버넌스의 일원으로 행정에 참여시켜야 한다. 또 ‘민’이 대표성을 갖고 주도적으로 영향력을 발휘해 나갈 수 있도록 역량 강화를 지원하고 함께 숙의 과정을 가져야 한다. 마지막으로 지속적으로 주민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공감해야 한다. 관의 입장에서는 우리 주장만 옳다는 확신을 갖고 설득할 것이 아니라 상대방으로 하여금 답을 찾을 수 있도록 조정자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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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이는 땅에서 느리지만, 물 속에선 의외로 빠른 동물이다. 과정은 더딜 수 있지만 지속가능한 발전 동력은 협치에서 나온다. 반복되는 협의와 숙의 과정이 지난하게 느껴질지 모르지만 오히려 빠른 결론을 맺게 만드는 정도(正道)일지 모른다.
2021-10-05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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