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코로나 재난과 공공기관의 책무/황호선 한국해양진흥공사 사장

[기고] 코로나 재난과 공공기관의 책무/황호선 한국해양진흥공사 사장

입력 2020-09-28 20:00
수정 2020-09-29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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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호선 한국해양진흥공사 사장
황호선 한국해양진흥공사 사장
코로나19 확진자가 세계적으로 3000만명을 넘어섰고, 사망자는 100만명을 돌파했다. 언제 그칠지 모를 감염은 지속적으로 확산 중이며 사람들의 일상이 불안과 공포로 위협받고 있다. 코로나 감염과 사망으로 인한 인류의 고통과 공포는 시작에 불과하다. 세계적으로 대규모 실업과 급격한 소득 감소의 경제적 재난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세계은행은 1929년 대공황 이후 인류에게 닥치는 최대 불황을 예측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3억명의 실업, 그리고 6000만명의 극단적 빈곤으로 인류의 삶이 황폐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코로나의 생명재난이 실업재난, 빈곤재난으로 옮겨 가고 있다.

코로나 재난 과정에서 우리가 지금까지 간과했던 부분이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세계적으로 광범위하게 뿌리내린 불평등 문제다. 감염의 고통은 사회경제적 취약계층에 집중되고 있다. 노동환경이 취약한 노동자, 그리고 주거환경이 열악한 주민들을 중심으로 집단감염이 발생하고, 감염으로 인한 사망 역시 이들에게 집중되고 있다. 현재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경제적 재난 역시 취약계층에 집중되고 있다. 수많은 노동자들이 실직해 삶의 터전을 상실하고 극심한 빈곤으로 생계유지 자체가 불가능할 것으로 예측된다.

코로나19가 인류 사회에 던지는 경고는 준엄하다. 아울러 이러한 재난에 정부 역할의 중요성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감염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고, 실직으로 삶의 터전을 잃고 생계를 위협받는 사회경제적 약자들의 보호가 정부와 공공기관의 근원적인 책무다.

한국해양진흥공사는 한진해운 파산 이후 고사 위기의 우리나라 해운업을 되살리기 위해 2년 전 설립됐다. 무역 의존도가 70%인 우리나라에서 무역 수송의 99%를 담당하고 있는 해운업은 국가 경쟁력의 기반이다. 공사 출범 이후 지속적인 해운업 지원으로 어려움에 처했던 우리나라 해운업이 조금씩 개선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일례로 HMM(옛 현대상선)은 세계 최대의 선박(2만 4000TEU) 12척을 발주해 유럽 항로로 운항을 시작하고 있다.

하지만 필자는 공사가 공공기관으로서의 책무도 잊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시장에서 소외되고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국민을 우선적으로 보호해야 할 근원적 책무다. 국민을, 특히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계층의 삶을 보호해야 한다. 코로나 재난으로 인한 실직으로 삶의 터전을 잃고 생계를 위협받는 이들이 단 한 사람도 없도록 공공기관의 일원으로 주어진 소명을 다하고자 한다.

2020-09-29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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