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귀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사람의 성격은 유전요인과 환경요인의 상호작용에 의한 것으로서 한 가지 특성만으로 규정할 수 없고 개인차가 크기 때문이다. 최근 회자되는 ‘내로남불’은 어떠한가?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을 뜻하는 이 말은 남이 할 때는 비난하던 행위를 막상 자신이 하면 괜찮다고 합리화하는 태도를 말한다.
실제로 독일 심리학자인 빌헬름 호프만(Hofmann) 교수와 동료들의 2015년 연구 결과를 보면, 사람들이 타인이 좋은 일을 했다고 보고한 숫자보다 자신이 좋은 일을 했다고 보고한 숫자가 무려 두 배나 많았다고 한다. 즉, 우리는 기본적으로 타인보다는 자신의 행동을 훨씬 더 관대하게 평가하는 일종의 ‘자기중심성 편향(self-serving bias)’이 있다는 것이다. 내현성격이론과 자기중심성 편향은 우리의 인식체계가 때로 비합리적으로 작동할 수 있음을 말해준다.
사람들의 비합리성은 점이나 심리테스트를 보러 갈 때 잘 드러난다. 많은 사람들이 토정비결을 보고, 취직, 결혼, 이직 등을 앞두고 용하다는 점집과 철학관을 찾아간다. 최근에는 온라인 심리테스트나 심리상담카페가 성행하고 있다고 한다. 미래가 불투명하고 현재가 힘들수록 그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도 커진다.
그래서 철학관을 찾고 근거 없는 심리테스트에 현혹되기도 한다.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맞아, 맞아 바로 내 얘기야’. 이를 ‘바넘효과’(Barnum effect)라고 한다. 바넘효과는 사람들이 운세나 심리테스트 결과를 마치 자신의 이야기라고 생각하는 심리 현상을 말한다. 1949년 미국의 심리학자 버트넘 포러(Forer)가 실험으로 이를 증명했다. 포러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근거가 없는 성격검사를 실시했는데 검사 문항은 ‘당신은 외향적이고 활발한 성격이지만 때로는 혼자 있고 싶어 한다’와 같이 애매하고 일반적인 내용으로 구성되었다. 중요한 점은 모든 학생들에게 동일한 테스트 결과지가 주어졌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참가자들의 80% 이상이 허위 결과지를 보고 ‘맞아! 딱 내 얘기야!’라고 반응했다. 모두가 똑같은 결과를 받게 되는 이러한 성격검사는 당연히 신뢰도와 타당도가 없는 엉터리 검사이다. 온라인에는 이런 근거 없는 심리테스트들이 가득하고 이를 심리학과 무관한 비전문인들이 비즈니스 목적으로 오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필자는 불안한 사회에서 위안을 얻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이용해서 이익을 편취하는 이런 비정상적인 일이 가능한 원인은 전문적인 심리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체와 활동을 규정하는 관계 법령이 미비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한국심리학회를 중심으로, 비전문인이 아닌 심리전문가에 의한 양질의 서비스 제공을 골자로 하는 ‘심리서비스에 관한 법률’ 제정 노력을 하고 있음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전문적인 심리서비스 제공의 필요성은 심리상담 서비스 분야에서 특히 중요하다. 많은 국민이 심리적 어려움과 생활사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상담사를 찾는 현실에서 그동안 가장 큰 애로사항은 전문성이 있는 심리상담자와 그렇지 않은 사람을 구별하기 어려웠다는 점이다.
필자와 동료들이 2013년 한국에서 심리상담 관련 자격증의 숫자를 확인한 바 있는데 무려 867개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한국산업인력관리공단에 등록된 민간자격증의 숫자만 포함한 것이고 이름 없는 사설 상담소가 단지 몇 십 시간의 교육만 받으면 발급해주는 자격증까지 포함하면 현재 7000개를 상회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전문적인 교육과 훈련을 받지 않은 사람이 심리적으로 취약한 사람을 심리적으로 상담하는 과정에서 최근 불거진 비윤리적인 행동들이 보고 되어 세간의 우려를 낳고 있다. 비전문인에 의한 상담서비스 제공의 가장 큰 피해자는 상담을 받는 내담자들이다. 심리 부적응 문제가 오히려 악화되고 인권이 침해될 가능성이 크다. 심리상담자와 내담자의 관계는 위계에 의한 영향력 행사가 가능한 관계이기 때문에 심리상담자에 대한 체계적인 윤리감수성훈련, 인권보장훈련 및 전문가에 의한 사례 지도감독이 필수적이다.
검증되지 않은 심리상담 자격증과 비전문인에 의한 심리상담서비스가 난립하는 현실에서 이제 전문적인 심리상담 서비스 제공 주체와 활동에 관한 제도적·법적 체계 구축은 국민들의 정신건강 증진을 위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가 되었다. 그간 비전문인이 근거 없는 심리테스트와 미검증된 심리상담 자격증으로 장사를 하는 일이 넘쳐났고 관련 법령의 부재가 이러한 현상을 부채질하였다. 전문적인 심리상담서비스 제도의 법제화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 사항이다.
이동귀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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