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여청수사·실종팀을 아시나요/김재영 서울 방배경찰서 여성청소년계장

[기고] 여청수사·실종팀을 아시나요/김재영 서울 방배경찰서 여성청소년계장

입력 2018-11-27 17:10
수정 2018-11-27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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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성이 실종된 딸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을 확인해 직접 딸을 찾아 나선다는 신선한 소재로 입소문을 탄 끝에 관객 300만명을 동원한 ‘서치’라는 할리우드 영화가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이런 실종 사건은 경찰서 여성청소년수사·실종팀이 전담합니다. 여성과 아동·청소년 등 사회적 약자 대상 범죄에 대한 전담수사체계를 구축하고자 지난 2015년 신설됐고 성폭력·가정폭력·학교폭력·아동 및 노인 학대·실종 사건을 맡고 있습니다.
김재영 서울 방배경찰서 여성청소년계장
김재영 서울 방배경찰서 여성청소년계장
최근 방배서 여청수사·실종팀은 ‘사업 실패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던 오빠가 6년 전 실종됐다’는 신고 접수 후 끈질긴 추적 끝에 실종자를 발견해 신고자로부터 “암투병 중인 부모님께 오빠 소식을 전할 수 있게 돼 감사하다”는 말을 듣기도 했고, 부부가 쇠막대기와 당구큐대로 초등학생 자녀를 폭행한 사실을 접수하고 즉시 수사 후 아동보호 사건으로 송치해 부부가 자신들의 양육방식이 잘못됐다는 것을 깨닫고 반성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온 미투 사건, 홍대 누드모델 불법촬영 사건, 리벤지포르노뿐만 아니라 날이 갈수록 증가하는 가정폭력과 스토킹 사건까지 여청수사·실종팀은 그 중요성이 계속 높아지는 동시에 업무 또한 증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에 맞는 인력 증원은 전혀 이루어지고 있지 않습니다. 여청수사·실종팀은 24시간 3교대(팀당 4명)로 근무하는데 가정폭력·실종 사건의 경우 신고 접수 시 반드시 현장에 출동하고 있어 신고가 많은 날은 다른 수사를 할 시간이 거의 없는 실정입니다. 실제 여청수사·실종팀에서 근무하다가 힘들다는 이유로 다른 부서로 이동하는 경찰관들을 여럿 보았습니다. 사회적 약자 대상 범죄를 다루는 여청수사·실종팀은 전문성이 필수적입니다. 전문성을 확보하려면 무엇보다 경험 많은 경찰관들이 많아져야 합니다.

가정불화와 학교폭력 등으로 힘들어하는 사회적 약자를 돌본다는 사명감으로 매일매일 근무하고 있지만 민감한 이슈들로 가득한 현장을 대하다 보면, 나 자신과 동료들의 체력과 감수성이 소진되는 것을 종종 경험합니다. 이제는 사명감에 앞서 인력과 예산이 늘어야 할 때입니다.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사회적 약자 보호의 출발점이 아닐까요.

2018-11-28 3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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