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한 고양이 작가
이왕 수행을 시작한 거, 일주일 뒤에는 벚꽃을 머리에 화관처럼 올려 뒀다. 역시 녀석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오디는 봄에는 민들레와 벚꽃, 복사꽃 모델이 돼 주었고, 여름에는 산목련과 능소화 모델이 돼 주었다. 처음에는 찍사가 좋아하니 뭐 이 정도는 참아 주겠어라는 표정이었으나 나중에는 ‘거 장난이 너무 심한 거 아니오’ 하면서 마지못해 꽃냥이 노릇을 하는 것만 같았다. 그래도 다행인 건 그동안 내가 바친 사료와 캔과 정성이 헛되지 않았다고 느낀 것이다. 사실 고양이에게 신뢰를 주지 못하면 신뢰할 만한 사진도 찍을 수가 없다.
처음 오디와 만난 건 10년 전(2013년) 봄이었다. 차가 쌩쌩 달리는 도로 한복판에서 목 놓아 울던 아깽이 세 마리를 구조해 집으로 데려왔는데, 그중 한 마리가 오디였다. 당시 우리집에는 이미 다섯 마리의 고양이가 있었으므로 구조한 세 마리 고양이는 한 달간 분유를 먹인 뒤 처가인 다래나무집 마당에 살게 됐다. 거의 죽을 뻔했던 상황에서 구조한 까닭에 오디는 우리 식구들을 어미고양이처럼 잘 따랐다. 어디에 있든 이름을 부르면 곧장 달려왔고, 어디를 가든 졸졸졸 뒤를 따라왔다.
그러고 보면 내가 꽃을 올려놓아도 가만히 있었던 건 일종의 보은이었던 걸까. 아무래도 너무 과분한 보은이라는 생각이 든다. 오디는 이제 이 세상에 없다. 2023년을 불과 며칠 남겨 두고 녀석은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어떤 분들은 바깥 생활을 하는 고양이가 10년을 살았으니 천수를 누린 거라고도 말하는데, 막상 녀석이 떠나고 나니 후회만 한가득이다. “안녕, 꽃냥이는 고마웠어요.”
2023-04-10 26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