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2. 대만에서 만난 겨울깃의 물꿩.
너무 아쉬워서 물꿩 새끼들이 태어날 것으로 추정되는 이달 중순에 우포늪에 또 갔다. 여전히 뜨거웠지만 7월에 갔을 때보다는 가까운 곳에서 알을 품고 있는 물꿩을 발견해서 좋았다. 꼼짝 않고 앉아 있던 물꿩이 잠시 일어났을 때는 진한 갈색으로 빛나는 네 개의 알을 보았다. 아직은 새끼가 태어날 시기가 아닌 건가? 아침에 한 번 갔다가 점심에 한 번 더 가보고는 여전히 물꿩이 알을 품고 있길래 아쉽지만 또 발걸음을 돌렸는데, 그날 오후에 새끼들이 알을 깨고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엄청 아쉬워했다.
주인 탐조인·수의사
가장 보고 싶은 것은 아빠 물꿩이 아기 물꿩들에게 그늘을 만들어 주면서 같이 돌아다니는 장면이다. 어쩌다 물꿩의 사진을 본 적이 있는데, 다리가 열 개였다. 착륙한 우주선의 다리처럼 열 개인 다리는 아빠의 배 아래에서 보호받는 새끼들의 다리가 합쳐진 것이었다. 암수가 같이 새끼를 키우는 새들도 많고, 청둥오리나 원앙처럼 엄마 혼자 새끼를 키우는 새도 있는데 물꿩은 짝짓기를 마친 암컷이 알을 낳으면 아빠가 알을 품고 새끼를 키운다. 그리고 암컷은 또 다른 수컷을 만나 또 알을 낳을지도 모른다. 물꿩의 세계에서는 그게 가장 좋은 번식 방식인가 보다.
다리가 열 개인 물꿩을 보려면 이 더위를 뚫고 또 남쪽으로 가야 하는데, 매년 너무 더우니 자신이 없다. 그래도 아빠가 지켜 주는 그 모습을 언젠가는 꼭 보고 싶다.
2023-08-30 26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