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계의 뒷마당 미술 산책] 예술기관의 ‘지속가능성’

[조명계의 뒷마당 미술 산책] 예술기관의 ‘지속가능성’

입력 2024-05-14 04:02
수정 2024-05-14 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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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호주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얼마 전 외신에 세계 예술기관의 지속가능성 영향력 순위가 포함된 보고서가 발표됐다. 시드니 오페라하우스가 독보적 1위를 차지했고 스코틀랜드의 국립미술관, 영국 콜체스터의 머큐리극장, 암스테르담의 국립미술관 등이 뒤를 이었다. 스위스 로잔대가 예술기관의 지속가능성을 조사한 새로운 연구에서는 영국의 미술관들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기후변화 대응, 에너지 사용 및 폐기물 등의 기준을 통해 환경적 지속가능성을 살펴봤고 다양성과 포용, 접근성, 학습 및 영감 등의 범주를 통해 사회적 지속가능성을 조사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기관들은 대부분 지속가능성 증진에 소홀했으며 사전에 약속한 것이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구호에만 그쳤다는 뜻이다. 영국의 예술기관들이 상대적으로 높은 순위를 차지한 이유는 예술위원회가 자금을 지원하는 모든 기관에 의무적으로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작성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이는 남의 일이 아니다. 오직 자금 지원만 바라는 국내의 예술기관들이 과연 어느 정도 지속가능성 증진을 위해 노력하는지 궁금하다. 또 다른 문제는 규모가 큰 기관이 작은 기관보다 더 큰 지속가능성 문제를 안고 있다는 사실이다. 쉽게 말해 거대한 기관은 많은 예산을 주무르지만 이와 맞물려 지속가능성을 거대하게 추구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주룽반도 매립지에 빅토리아항을 따라 40㏊에 달하는 세계적 수준의 예술 허브를 개발하겠다는 홍콩 정부의 발상이 1998년 식민지 반환 직후 제기됐고 현대 시각문화 박물관인 M+, 홍콩 고궁박물관, 두 개의 공연장 등 아트파크를 이루어 지금도 확대되고 있다.

그런데 근래 절대적 예산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는 소식이다. 지속가능성의 저하를 예견하게 된다. 최신식 냉난방에 막대한 에너지를 소비하는 깔끔한 건축물이 반드시 올바른 것만은 아닌 것이다. 크기가 아니라 내용으로 승부를 걸어야 함을 보여 준다.

지속가능성의 정확한 뜻은 과거의 지속 추구이지 자금 투입만이 아니다. ‘비용·가격·가치’(CostㆍPriceㆍValue) 등식을 다시 한번 돌아본다. 비용을 많이 들여 크게 세운 예술기관보다는 가치 있고 내실 있는 기관이 더 좋은 것이며 지속가능성을 보장해 줄 것이다.

조명계 전 소더비 아시아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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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계 전 소더비 아시아 부사장
조명계 전 소더비 아시아 부사장
2024-05-14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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