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맞은 쪽은 말 못하고 때린 쪽이 틀겠다 협박하는 ‘확성기’

[사설] 맞은 쪽은 말 못하고 때린 쪽이 틀겠다 협박하는 ‘확성기’

입력 2026-10-20 20:54
수정 2026-10-21 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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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적반하장 방치, 오판 부추길 수도
李 “북핵 방어 무기”… 면죄부 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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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 북한 노동당 총무부장이 19일 군사분계선(MDL) 침범에 대응한 한국군의 경고사격 등 조치에 반발하며 군사력 증강 배치와 대남 확성기방송 재개를 검토한다고 밝혔다. 20일 인천 강화군 송해면에서 바라본 북한 접경지역에 설치된 대남 확성기.  연합뉴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총무부장이 19일 군사분계선(MDL) 침범에 대응한 한국군의 경고사격 등 조치에 반발하며 군사력 증강 배치와 대남 확성기방송 재개를 검토한다고 밝혔다. 20일 인천 강화군 송해면에서 바라본 북한 접경지역에 설치된 대남 확성기.
연합뉴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총무부장이 그제 “전술적 타격 수단들을 전 남부국경선에 증강 배치하고 대한국 확성기 방송 재개를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한 발짝이라도 영토를 침범하면 가만 있지 않겠다”며 적반하장의 극치를 보여 주고 있다.

진영승 합참의장은 어제 전방 작전지휘관 회의에서 “우리 군의 정당한 조치를 빌미로 추가 도발을 감행한다면 단호히 대응하라”고 지시했다. 진 의장은 확성기를 언급하지 않았고, 국방부 관계자는 “비례적 대응이 필요하지 않겠나”라고만 했다. 확성기 대응은 북한의 가장 약한 고리인데, 정작 맞은 쪽은 말을 못 하고 때린 쪽이 “틀겠다”고 위협한다. 블랙 코미디가 아닐 수 없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북한의 오판을 더 부추길 수 있다는 사실이다. 북한은 ‘남부 국경 요새화’란 미명으로 군사분계선(MDL) 인접지역에 전술도로를 내고 MDL 이남까지 침범해 수백발의 지뢰를 깔았다. 기습공격이 가능하게 전진배치를 밀어붙이는 것이다. 국방부 대응은 거꾸로다. 2040년까지 인공지능(AI) 기반 감시체계를 도입해 일반전초(GOP) 등 최전방 경계병력을 현행 2만 2000명에서 6000명으로 줄일 방침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그제 기자간담회에서 북한의 핵보유를 언급하며 “핵무기라고 하는 걸로 실전을 치를 것이냐. 그건 최후 방어 무기에 해당한다”고 했다. 한반도에 전쟁이 터져도 김정은은 핵을 쓰거나 선제공격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뜻이다.

북한은 2022년 ‘핵무력 정책법’을 통해 핵 선제 사용 가능성을 법제화했다. 2023년에는 헌법에까지 핵보유를 명시했다. 최근 핵탑재가 가능한 방사포 등이 최전방에 전개되고 있을 정도로 북한핵은 실존하는 위협이 됐다.

부정하고 싶어도 핵은 핵으로만 억지할 수 있다. 이는 물샐틈없는 한미 공조가 유지될 때 가능한 일이다. 이 대통령은 “전시작전권은 반드시 조기에 환수할 것”이라고 했다. 곧바로 미국 국방부는 “전작권 전환은 여전히 양국이 합의한 조건에 기반한 절차로 남아 있다”고 응수했다. 이렇게 전작권을 놓고 양국 간 이견이 불거진다면 북의 핵도발에 미국의 핵우산이 제때 펴질지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북핵이 방어 무기”라는 이 대통령의 인식은 한반도 평화 문제를 북한의 선의에 기대겠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이 대통령은 전작권 전환이 아니라 “환수”라고 했다. 용어를 따지는 것이 안보의 본질일 수는 없다. 전작권을 돌려받은 뒤에도 미국이 과연 제 일처럼 연합작전에 나서 줄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은 신기루일 수 있다.
2026-10-21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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