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의서한 전달 중 대치하는 민주노총·경찰
민노총 경남지역본부가 지난달 27일 경남경찰청 앞에서 창원간첩단 사건과 관련, 항의서한을 청장에게 전달하겠다며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노총 조직쟁의국장 출신 피의자는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중국 광저우, 캄보디아 프놈펜, 베트남 하노이 등에서 북한 노동당 산하 대남 공작기구 공작원을 세 차례 만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렇게 북측과 수년 동안 연락하면서 무려 100차례 남짓 대북 보고문, 대남 지령문 등을 주고받았다고 한다. 북한은 지령문으로 자주·민주·통일, 반미 등 반정부 시위에 사용할 구호도 전달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서울 이태원의 핼러윈 참사 이후에는 ‘퇴진이 추모다’를 비롯한 시위 구호를 직접 내려보냈다. 총선을 앞둔 2019년 6월에는 ’민노총이 반보수 투쟁에 적극 나설 수 있도록 하라’면서 ‘보수 유튜브 채널을 상대로 고소·고발전을 벌이거나, 사회적 물의를 일으킬 수 있는 댓글이나 만평을 달아 문제를 일으키라’는 구체적 방법을 제시했다고 한다. 북한의 전형적인 선전선동 수법이다.
문제는 명백한 반역 행위에도 당사자들이 국가에 끼친 해악을 전혀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 퍼진 인식의 혼돈을 바로잡으려면 간첩 활동을 철저하게 단죄해 국가 기강이 살아 있음을 보여 주어야 한다. ‘간첩 무감각증’에 빠진 배경에 문재인 정부 당시 국정원의 대공 수사권을 폐지하는 더불어민주당의 법안 단독 처리가 있다. 상황이 이와 같은데도 대공 수사권을 경찰에 넘겨서 될 일인지 민주당에 다시 한번 묻지 않을 수 없다.
2023-03-24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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