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장차관 안 나선 국방부, 軍 사법체계 전면 개혁하라

[사설] 장차관 안 나선 국방부, 軍 사법체계 전면 개혁하라

입력 2021-06-07 20:16
수정 2021-06-08 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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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습 바로잡겠다’는 약속 지켜야
정치권도 ‘군법원법’ 조속 통과를

성추행 피해를 신고한 공군 여성 부사관이 상관들의 회유로 더 큰 고통을 겪다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이 온 국민에게 슬픔을 안겨 주고 있다. 이 사건의 전개 과정을 보면 성폭력 사건을 피해자가 처한 상황의 맥락과 눈높이에서 바라보고 이해해야 한다는 이른바 성인지 감수성 개념을 대한민국 병영에선 눈을 씻고도 찾아볼 수 없다는 사실에 절망한다. 군사경찰, 군사검찰, 군사법원이라는 군 사법체계도 피해자의 인권은 전혀 안중에 없는 후진성을 여전히 면치 못하고 있다는 사실에 작지 않은 충격을 받게 된다.

그럼에도 국방부가 어제 내놓은 대책은 실망스럽기만 하다. 국민이 느끼는 분노의 강도를 짐작조차 하지 못하는 군의 박약한 현실 인식 수준은 참담할 지경이다. 사건에 책임을 지고 물러난 전 공군참모총장이 수사 선상에 오르내리는 정도의 심각한 상황이다. 이런데도 국방부는 인사복지실장을 책임자로 각군 인사 관계자가 참여하는 ‘협의회’로 ‘근본적인 개선 대책’을 마련하겠다니 소가 웃을 노릇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현충일인 그제 “국가안보를 위해서도 병영문화의 폐습을 반드시 바로잡겠다”고 국민에게 약속하지 않았나. 장관과 차관은 어디서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우리 군의 사법 체계는 이번 사건으로 총체적인 허점이 드러났다. 공군 20전투비행단 군사경찰은 피해자 진술을 확보하고도 한 달 이상 지나서야 기소 의견으로 군사검찰에 넘겼다. 공군 검찰은 사건을 송치받은 뒤 두 달 남짓이나 가해자를 조사하지 않았고, 피해자 사망 후에는 가해자의 휴대전화 압수수색 영장도 곧바로 집행하지 않았다. 군사경찰과 군사검찰 모두 진급 문제에 민감한 해당 부대 지휘관에 예속돼 있어 가해자를 엄벌하기보다는 사건을 조용히 덮고 가는 데 익숙하기 때문이다. 여성 부사관의 유족은 공군 법무실 소속 국선변호인도 직무유기 혐의로 고소했다. 국선 변호인은 피해자와 한 차례도 대면 접촉을 하지 않았고, 전화 통화도 선임 50일 만에 겨우 했다는 것이다.

국방부와 각군은 잘못된 의식과 제도가 고착화되기 전에 완전히 뜯어고쳐야 한다. 지금은 강군(强軍)으로 다시 도약하느냐, 여군이 조직에 몸담은 것 자체에 회의를 느끼는 약체로 전락하느냐의 갈림길이다. 장차관이 앞장서지 않는다면 어떤 지휘관이 잘못된 관행일망정 자신의 권한을 내려놓는 개혁에 흔쾌히 동참하겠는가. 정치권도 1심 군사재판을 담당하는 군사법원을 국방부 장관 소속으로 설치하고, 고등군사법원을 폐지해 민간 법원이 항소심을 맡는 내용의 군사법원법 개정안을 조속히 처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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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08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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