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책 대결 하랬더니 막말공방, 유권자 우습게 보나

[사설] 정책 대결 하랬더니 막말공방, 유권자 우습게 보나

입력 2021-03-28 20:24
수정 2021-03-29 0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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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권자 무시 저급한 비난전 난무
남은 기간이라도 정책경쟁 해야

4·7 재보선이 막바지로 접어들면서 우려했던 대로 거대 양당 간 막말 공방이 펼쳐지고 있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는 유세에서 “제가 (2019년 광화문 집회에서) 연설할 때 ‘무슨 중증 치매 환자도 아니고’라고 지적했더니 과한 표현이라고 한다. 야당이 그 정도 말도 못 하나”라며 문재인 대통령을 중증 치매 환자에 거듭 비유했다. 그러자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 지원 유세에서 “내곡동 땅이 있는 것을 뻔히 알면서 거짓말하는 후보, 쓰레기다. 쓰레기를 잘 분리수거해야 한다”며 오 후보를 쓰레기에 비유했다. 김영춘 민주당 부산시장 후보가 “우리 부산은 3기 암환자와 같은 신세”라고 빗대자 하태경 국민의힘 부산선대위 총괄선대본부장은 “암과 투병하는 환우들도 모독하는 망언”이라고 비판했다.

윤건영 민주당 의원이 소셜미디어에 국밥을 먹고 있는 오 후보 사진을 올리고 “MB(이명박 전 대통령)의 아바타”라고 하자 이준석 국민의힘 전 최고위원은 “식탁 앞에 앉아서 담배 피우면 노무현 아바타냐”라고 맞받아치는 유치한 공방도 벌어지고 있다. 민주당이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의 엘시티 아파트를 두고 ‘대마도 뷰’라고 하자 국민의힘이 박영선 후보의 도쿄 아파트를 놓고 ‘야스쿠니 뷰’라고 맞공격한 것도 저급하긴 마찬가지다. 선거라지만 막말이 도를 넘고 있다.

지난 23일 오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 간 단일화로 선거 구도가 확정되면서 여론은 건전한 정책경쟁을 기대했다. 자치단체장의 업무는 시민의 살림과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거대 양당은 그런 기대에 부응하기는커녕 차마 입에 담기 힘든 막말을 주고받으며 선거를 진흙탕으로 만들고 있다. 자라나는 학생들이 뭘 보고 배울지, 외국인들이 한국을 어떻게 볼지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다. 특히 치매, 암 등을 언급하는 것은 병으로 고통받는 환자와 가족들에게 큰 상처가 될 수 있는 만큼 금기시돼야 한다는 점에서 개탄스럽다. 세계 10위권 경제강국으로 선진국 대접을 받는 한국이 정치 분야에서는 여전히 후진국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게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거대 양당이 이처럼 대놓고 막말을 주고받는 것은 각자의 지지층을 결집시키려는 속셈일 것이다. 하지만 그런 얄팍한 계산은 유권자의 수준을 우습게 보는 것이다. 막말로 정치 혐오증이 높아진 국민은 결국 대안을 찾으려 할 것이다. 당장은 양당 구도가 영원할 것 같지만 막말들이 쌓이면 정치판 물갈이에 대한 욕구도 커질 것이다. 남은 기간만이라도 여야는 유권자의 수준을 존중하는 품위 있는 선거운동을 펼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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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29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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