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박원순 수사 소걸음이니 ‘2차 가해’ 성행하는 것 아닌가

[사설] 박원순 수사 소걸음이니 ‘2차 가해’ 성행하는 것 아닌가

입력 2020-09-21 20:34
수정 2020-09-22 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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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피해자 A씨에 대한 ‘2차 가해’가 날로 극심하다. 최근 한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영상은 눈과 귀를 의심케 한다. 누가 봐도 악의적 편집 영상이다. 올해 3월 박 전 시장 생일날 촬영했다는 동영상에는 박 전 시장과 A씨라고 지목된 여성이 케이크 칼을 쥔 모습이 나온다. 박 전 시장 손을 감싸쥔 여성의 손을 부분적으로 확대한 장면에는 “굳이 손을 감싸쥐어야 하느냐”는 자막이 달렸다. 이어 여성의 손이 박 전 시장 어깨와 팔에 닿는 모습을 반복적으로 보여 주면서 “누가 누구를 성추행하는 것인가”라고 반문하며 박 전 시장이 오히려 성추행 피해자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약 40만명이 이 영상을 시청했고, 영상에 달린 2900여개의 댓글 대부분은 A씨를 공격하는 내용이다. 앞서 MBC는 신입기자 논술 시험에서 ‘박 전 시장 성추행 고소인은 피해자인가 피해호소인인가’라는 주제를 제시해 2차 가해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A씨 법률대리인인 김재련 변호사를 겨냥한 가짜뉴스와 풍자 전시회를 빙자한 조롱 등 2차 가해의 방법과 수위는 점점 더 교묘해지고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김 변호사가 “지금 상황은 마치 성폭력 피해자들에게 피해를 입어도 조용히 지내라는 협박과 같다”고 토로할 정도다.

지난 7월 초 박 전 시장의 극단적 선택과 동시에 그의 성추행 의혹이 제기돼 온 나라가 충격에 휩싸였으나 두 달이 훨씬 넘은 지금까지 드러난 실체적 진실은 아무것도 없다. 경찰의 ‘박 전 시장 성추행 피해자에 대한 서울시 측의 방조 의혹 수사’는 소걸음처럼 느리고,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는 연말이나 돼야 결과물을 내놓을 계획이라는데, 온전하게 살피지 않은 조사 결과를 내놓지 않을까 우려된다. 피고소인의 부재와 전현직 서울시 관계자들의 전면 부인 진술, 박 전 시장 휴대전화 포렌식 작업 중단 등 경찰 수사의 난관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경찰의 수사와 조사가 지연되면서 A씨가 겪는 정신적 고통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2차 가해가 성행하는 한 한국 사회가 성숙한 성인지 감수성을 지녔다고 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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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22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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