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박원순 조문 둘러싼 무분별한 진영·세대 갈등 자제해야

[사설] 박원순 조문 둘러싼 무분별한 진영·세대 갈등 자제해야

입력 2020-07-12 20:10
수정 2020-07-13 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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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한 평가 속 2차 가해 막고
성추행 의혹 정쟁도구 안 돼야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한 9일 이후 한국 사회 내부가 또다시 진영 간의 극심한 갈등에 빠져들고 있다. 인권변호사이자 유력한 정치인으로 살아온 박 전 시장의 업적을 내세우며 ‘애도가 먼저다’는 의견과 성추행 의혹으로 고발된 만큼 ‘죽음으로 덮을 수 없다’는 양론이 거세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자진해서 장례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고 추모가 우선이라는 분위기 속에 여권은 조문 행렬에 동참하고 있다. 반면 미래통합당과 정의당 등 야권은 성추행 의혹의 책임을 문제 삼아 조문 거부로 맞서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오른 ‘박원순씨 장례 5일장, 서울특별시장(葬) 반대’ 청원은 어제 기준으로 50만명을 훌쩍 넘겼다. 특히 한국여성의전화와 한국여성민우회도 서울시장상을 반대했다. 서울시 직원에 대한 성추행 의혹을 무시한 채 성대한 장례식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반면 서울대병원 장례식장과 서울광장, 광화문광장 등에 마련된 분향소에는 그의 죽음을 애도하는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진영 논리로 갈라진 한국 사회의 현주소가 극명하게 드러난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박 전 시장은 한국 사회 탈권위와 평등의 상징이었다. 검사로 출발했으나 1980년대 인권변호사로 돌아서 ‘서울대 우 조교 성추행 사건’에도 참여했고, 1990년대 ‘참여연대’를 설립하는 등 시민운동에 큰 족적을 남겼으며, 정치인으로는 ‘반값등록금’과 ‘무상급식’ 등을 확산시켰다. 일관성 있는 삶의 궤적에서 일탈했을 가능성이 제기된 상황에서 박 전 시장이 극단적 선택을 한 그 자체도 논란과 공분을 일으키는 상황이다. 도덕성을 무기로 한 시민운동 세력이 권력을 감시해 오다가 제도권 주류로 올라선 뒤에는 준열한 자기 검열이 퇴색하고 있다는 지적은 새겨들을 만한 대목이다.

가장 큰 우려는 피해를 호소한 고소인에 대한 2차 가해다. 대대적인 조문행렬 속에서 여권 지지자들이 박 전 시장을 고소한 서울시 직원에 대한 신상털기가 시작됐다는 보도가 나오고, 소셜미디어에서도 2차 가해성 발언이 확산되고 있다. 박 전 시장 자살로 경찰은 ‘공소권 없음’이라 했지만, 서울시 직원에게 ‘피해자의 지위를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없지 않다. 고소인에 대한 2차 가해는 어떤 이유로든 용납해선 안 된다는 점을 여권 지지자는 명심해야 한다. 무엇보다 2차 가해가 박 전 시장을 욕되게 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통합당이 김창룡 경찰청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을 쟁점화할 방침이라는데, 이 역시 고소인을 고려할 때 부적절한 일임을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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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13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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