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남북연락사무소 폭파한 北, ‘돌아올 수 없는 강’ 건너나

[사설] 남북연락사무소 폭파한 北, ‘돌아올 수 없는 강’ 건너나

입력 2020-06-16 20:56
수정 2020-06-17 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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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건물을 어제 오후 전격적으로 폭파, 해체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지난 13일 담화에서 “쓸모없는 북남(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형체도 없이 무너지는 비참한 광경을 보게 될 것”이라고 예고한 지 사흘 만이다. 또 북한 군부는 남북 합의로 비무장화된 지역을 다시 요새화하고 대남전단을 대량 살포하겠다고도 예고했다. 9ㆍ19 군사합의에 따라 시범 철수한 최전방 감시초소(GP)의 복원을 통한 긴장고조 가능성도 예견된다. 이제 4·27 판문점선언과 9·19 군사합의가 휴지조각이 될 위기에 봉착한 셈이라 안타깝기 그지없다.

폭파라는 형식으로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흔적조차 없애버린 북한의 행태는 이해하기 어렵다. 관계개선의 일말의 가능성마저 없애버린 것 아닌가. 북한군 발표에 따르면 개성공단 조성과 금강산관광 이후 군 부대가 철수했던 개성과 금강산 일대에 병력과 무기를 다시 배치할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개성공단은 유사시 최우선 남침 통로로 꼽혀 온 곳으로 서울 등 수도권과 가까워 방사포를 비롯한 북한의 각종 중화기가 집중 배치되면 상당한 군사적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

군사력 증강은 경쟁하듯 상호 에스컬레이트 되며 애써 쌓아 올린 평화의 탑을 송두리째 날려버릴 것이다. 남북군의 우발적인 충돌 가능성도 한결 커질 수밖에 없다. 남북이 9ㆍ19 군사합의에서 비무장지대를 평화지대로 만들어 나가기 위한 실질적인 군사적 대책을 강구하기로 한 것도 그런 우발적인 충돌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줄이려는 이유에서였다. 최근의 우발적인 GP 총격 사건을 제외하면 군사합의 이후 최전선에서의 충돌은 현저히 줄었던 것이 사실 아닌가.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등을 볼 때 북한군은 조만간 어제 발표한 사항들을 행동계획화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주재하는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에 보고하고 승인을 받는 대로 실행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한은 한반도 평화의 약속을 깨고, 시계를 과거의 대결시대로 되돌려서는 안 된다. 모쪼록 북한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지 않길 바란다.

2020-06-17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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