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개원 일방 연기에 학부모 고통…정부, 엄정 대응하되 보육대란 막아야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가 유치원 개원 무기한 연기로 사실상 ‘집단휴원’을 강행한 것도 모자라 ‘폐원 투쟁’까지 할 수 있다고 위협하고 나섰다. 한유총은 개원을 하루 앞둔 어제 기자회견을 열어 “개학일 결정은 유치원장 고유 권한인 만큼 개학 연기는 준법투쟁”이라며 “정부가 불법적으로 계속 한유총을 탄압하면 폐원 투쟁으로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보육대란의 가능성에 애타는 학부모의 심정을 조금이라도 헤아린다면 당장 집단 휴원을 철회하거나 아니면 적어도 휴원으로 인한 불편을 최소화하겠다는 뜻을 밝히는 게 우선이다. 그런데도 적반하장 격으로 아이와 학부모를 볼모 삼아 협박의 강도를 높이는 한유총의 행태에 분노보다 참담함이 앞선다.한유총은 ‘유치원 3법’ 철회와 사유재산권 인정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국가관리회계시스템(에듀파인) 도입 등 회계 투명성을 강화하는 내용의 ‘유치원 3법’은, 교육부가 어제 공개한 설문조사에서 국민 80%가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립유치원 용지와 건물 등을 사유재산으로 인정해 시설사용료를 정부에 요구하는 것도 이치에 맞지 않긴 마찬가지다. 정부로부터 각종 지원금을 받을 때는 공공 교육시설이고, 설립자의 주머니를 채울 때는 사유재산이라는 한유총의 이중 잣대에 수긍할 국민이 몇이나 되겠나.
정부는 어느 때보다 강경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직접 나서 “엄정한 대응”을 지시한 데 이어 서울과 경기·인천 등 수도권 교육감들도 어제 공동기자회견을 열어 “협상은 없다”며 법에 따라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내일까지 개원하지 않으면 즉각 형사고발하는 것은 물론 한유총의 설립허가도 취소하겠다고 했다. 정부가 한유총의 억지에 끌려가지 않고,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단호히 대응하는 것은 마땅하다. 다만 자칫 힘겨루기에 집착해 학부모와 아이들이 고통받거나 희생돼서는 안 된다. 국공립유치원과 초등돌봄교실, 어린이집과 아이돌봄서비스 등 정부의 모든 가용 수단을 총동원해 보육대란을 최소화하는 대책에 소홀함이 없어야 할 것이다.
정치권도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여야가 지난 연말 정기국회에서 유치원 3법을 통과시키지 못한 탓에 한유총이 이렇듯 여론도 무시하고 안하무인으로 실력행사에 나서는 것 아니겠나. 특히 유치원 3법의 발목을 잡았던 자유한국당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을 듯한데, 정부 탓을 하는 데 열을 올린다. 아무리 국정운영의 책임이 없는 야당이라지만, 균형감각을 잃은 처사가 아닐 수 없다.
2019-03-04 31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