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ㆍ미 금리 역전, 호들갑도 낙관도 금물이다

[사설] 한ㆍ미 금리 역전, 호들갑도 낙관도 금물이다

입력 2018-03-22 22:42
수정 2018-03-22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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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전 폭 계속 커지면 심각한 후폭풍… 주택금리 연말 6%까지 인상 가능성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가 기준금리를 3개월 만에 1.25~1.50%에서 1.50~1.75%로 0.25% 포인트 올렸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연 1.50%)를 웃돈 것은 2007년 8월 이후 10년 7개월 만이다. 2016년 12월 ‘제로금리’(0.00~0.25%) 이후로는 여섯 번째 인상이다. 그간 양국의 금리 역전은 예견된 사실이긴 하나 역전 폭이 커지거나 시기가 장기화하면 만만찮은 후폭풍이 생길 수 있다는 점에서 결코 가벼운 사안이 아니다.

연준은 올해와 내년에 추가로 기준금리를 5~6차례씩 올리고 2020년에는 두 차례 인상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한다. 그렇게 되면 미국의 기준금리는 3.25~3.50%까지 높아질 것이다. 한국은행은 올해 많아야 두 차례 금리 인상이 가능하리란 관측을 내놓고 있지만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다음달이나 5월에 기준금리를 올리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한·미 금리 역전은 당분간 감수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양국의 기준금리는 1999년 6월∼2001년 3월, 2005년 8월∼2007년 8월에도 두 차례 역전된 적이 있다. 지금은 경제 여건이 그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판이하다. 당장 한국은행이 금리 역전 해소를 위해 손을 쓸 것으로 보지는 않지만, 인상 압박의 강도가 세진 만큼 기준금리가 오르는 것은 불가피할 것이다.

무엇보다 국내 기준금리를 올리는 것은 가계부채가 1500조원에 이르는 현실에서 볼 때 몹시 치명적이다. 지난 1월 예금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전월보다 0.05% 포인트 오른 연 3.47%를 기록했다고 한다. 2014년 9월 이후 가장 높았다. 연말에는 6%까지 오를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한국은행은 대출금리가 1.0% 포인트 오르면 고위험 가구가 2만 5000가구 늘고 금융부채 규모는 9조 2000억원 늘어날 것으로 추정한다. 정책 당국은 그동안 금리 인상 시에 대비해 마련한 ‘가계부채 액션 플랜’을 이제 정교하게 가동하기 바란다.

국내 금융시장에서의 외국인 자금 유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는 자금 유출은 양국 금리 차이보다 국제금융시장에 큰 충격이 온다든가, 일부 신흥국 경제의 불안이 확산할 때 제한적으로 생긴다고 선을 긋고 있다. 그렇지만 낙관할 일만은 아니다. 실제로 지난달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가속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일면서 외국인 주식자금이 3조 8000여억원이나 빠져나간 것을 눈여겨봐야 한다. 설령 자금 유출 확률이나 유출 액수가 크지 않다고 해도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는 것은 백번 옳다.

한은은 그간 금리 역전이 이뤄지더라도 금융시장에는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밝혀 왔다. 또 금리 역전을 기정사실화했던 만큼 이제 와서 필요 이상으로 호들갑 떨 일도 아니다. 오히려 경제 심리를 악화시킬 수 있다. 그러나 ‘예상’이 ‘현실’로 바뀐 것만은 분명하다. 차분하고 냉정한 자세로 경제 불확실성 최소화에 방점을 둬야 한다.
2018-03-23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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