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궤병행’ 등 北 대남전략과 밀접… 靑,정부 입장 분명히 해 논란 막아야
여권 실세 중진이자 대표적 중국통인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그제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쌍중단’(雙中斷)과 ‘쌍궤병행’(雙軌竝行)에 대해 공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두 정상이 그동안 두 차례의 정상회담을 통해 ‘쌍중단’과 ‘쌍궤병행’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눴고, 이것이 가장 현실적인 북핵 해법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하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귀를 씻고 다시 들어야 할 얘기가 아닐 수 없다.‘쌍중단’과 ‘쌍궤병행’은 북핵 위기 속에서 중국이 누누이 강조해 온 주장으로, 북의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 연합훈련 동시 중단, 한반도 비핵화 논의와 한반도 평화협정 논의 동시 시작을 뜻한다. 한·미 훈련을 핵 개발의 주요 명분으로 삼고, 주한미군 철수를 담은 북·미 평화협정 체결을 꾀하는 북의 전략과 궤를 같이하는 주장이다. 한·미 훈련은 북의 위협에 맞선 방어 훈련으로, 북의 핵·미사일 개발과 맞바꿀 사안이 아니며 평화협정 논의 역시 북의 핵 포기가 전제돼야 한다는 우리 정부의 입장과 정면으로 배치될뿐더러 64년 한·미 동맹의 골간을 흔드는 주장이다. 그런데 이런 ‘쌍중단’과 ‘쌍궤병행’에 대해 문 대통령이 시 주석과 인식을 같이했다니, 현 정부 대북 정책의 실체에 새삼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안 그래도 우리 정부 안팎에선 한·미 공조의 균열을 의심케 하는 정황들이 속속 제기돼 왔다. 문정인 대통령 특보는 “북핵이 미국의 적대시 정책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진작부터 북핵 개발과 한·미 연합훈련 동시 중단을 주장해 왔다. 문 대통령도 지난 5일 종교지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북핵 문제는 북·미가 중심이고, 남북 대화는 북핵에 막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고 말해 우리 스스로를 북핵 문제의 제3자로 인식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낳고 있다.
지금 미국에선 한반도 전쟁 가능성을 점치는 목소리가 높아 가고 있다.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 대사에 이어 백악관은 어제 북한 상황에 따라 미국 선수단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는 말까지 했다. 상황에 따라 군사적 대응까지 염두에 두고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봐야 한다. 우리로서는 북·미 간 무력 충돌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저지하기 위해서라도 대북 압박을 위한 한·미 공조를 더더욱 강화해야 할 시점인 것이다. 미·중 사이에서 지금과 같은 어정쩡한 자세를 지속한다면 양국 모두의 불신만 키울 뿐으로, 균형외교나 한반도 운전자론과 같은 다짐은 한낱 자위적 수사에 그치고 말 것이다.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은 최근 본지 세미나에 나와 중국의 한반도 정책이 한·미 공조에 균열을 일으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어제 이 의원 발언을 사견일 뿐이라고 해명했으나 국민들의 의구심을 풀기엔 부족하다. 보다 상세하게 경위를 밝히고 정부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한다.
2017-12-09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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