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민주 시민 힘 보여준 100만 평화 촛불

[사설] 민주 시민 힘 보여준 100만 평화 촛불

입력 2016-11-13 22:54
수정 2016-11-14 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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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이 나라 주인 촛불에 담아…박 대통령 스스로 결단 내려야

‘최순실 국정농단’의 책임을 물어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집회가 연일 서울 도심에서 열리고 있다. 주말인 그제 집회에는 100만명(경찰 추산 26만명)의 시민이 모였다. 1987년 6월 민주화 항쟁 이후 가장 많은 인원이 모인 집회이자 촛불집회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최씨의 국정농단을 바라보는 국민의 분노와 원성이 하늘을 찌르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 줬다. 민심 바로 그 자체다. 이제 박근혜 대통령이 답해야 할 차례다.

그제 100만 시민이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일시에 촛불을 밝히는 모습을 보고 감동과 함께 온몸으로 전율을 느꼈다고 하는 이들이 많다. 직접 현장에 가지 못한 수많은 국민들도 마음만은 그곳의 시민들과 함께였다. 무엇이 이토록 국민들을 한마음, 한뜻으로 한자리에 모이게 한 것인가. 바로 대한민국이 민주주의 국가임을 부정하고 국가의 시스템을 일시에 무너뜨리며 국민들의 자존심을 무참히 짓밟은 세력들을 용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서울시민만이 아니라 제주도를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열차, 전세버스를 타고 속속 집회에 참석한 이유도 그래서다.

집회에는 초·중·고·대학생들, 연인들, 유모차를 끌고 나온 젊은 부부, 노인 등 모두가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전문 시위꾼도, 정부를 엎으려는 불순세력들도 아니었다. 그렇기에 100만 촛불집회는 이념과 나이와 계층을 초월해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이름으로 하나가 되는 자리였다. 민심은 폭발했지만 결코 폭력으로 표출되지 않았다. 성숙한 민주 시민으로서의 품위를 잃지 않았다. 일부 물리적 충돌이 있긴 했지만 시종 질서정연하고 평화적인 분위기 속에서 마치 대화합의 축제의 장을 연상시킬 정도였다. 집회가 끝나고는 광장의 쓰레기를 치우고, 바닥에 묻은 촛농을 제거하기도 했다. 이쯤 되면 ‘정치는 삼류, 시민은 일류’라는 말이 틀린 말이 아니다. 외신들도 과거 폭력시위와 대조된다며 놀라움을 표시했을 정도다.

하지만 청와대는 어제 이런 집회를 보고도 “ 민심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는 교과서적인 반응만 되풀이했다. 반면 야당에서는 “안정적 하야, 질서 있는 퇴진 요구를 위한 로드맵을 제시하라”고 박 대통령을 압박했다. 새누리당의 비주류도 새누리당이 수명을 다했다며 해체를 추진하기로 하고 “대통령은 모든 것을 내려놔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무성 의원은 탄핵까지 주장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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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14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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