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타의 추종 불허하는 한국의 임금 체불

[사설] 타의 추종 불허하는 한국의 임금 체불

입력 2016-09-05 22:54
수정 2016-09-05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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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추석을 앞두고 불거지는 임금 체불 문제가 개선되기는커녕 오히려 악화하고 있다. 올해는 경기 침체에다 조선·해운 산업 구조조정 등의 여파로 체불 임금 규모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 같다. 즐거워야 할 명절에 노동 대가조차 못 받는 근로자들의 서러운 현실이 안타깝다. 임금 체불은 불황 탓도 있지만 여차하면 임금부터 떼먹으려는 악덕 기업주의 영향이 훨씬 크다. 게다가 정부의 느슨한 관리·감독과 함께 솜방망이 처벌이 임금 체불 관행을 근절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 8월 말 현재 임금을 받지 못해 정부에 진정한 근로자가 무려 21만 4052명에 이른다. 체불액은 9471억원으로 1조원에 육박했다. 지난해에 비해 체불 근로자는 12%, 체불액은 11% 급증했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체불액이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역대 최대 규모였던 2009년 1조 3438억원을 넘어 1조 4000억원을 웃돌 전망이다. 일본과 비교하면 수준을 쉽게 가늠할 수 있다. 일본의 2014년 체불액은 1440억원에 그쳤다. 일본의 국내총생산(GDP)이 한국의 세 배 규모라는 점을 배제한 채 단순 비교해도 10배에 이르는 심각한 상황이다.

고질적인 임금 체불의 가장 큰 원인은 나쁜 기업문화에서 찾을 수 있다. 체불을 대수롭게 여기지 않는 문화다. 경기가 나빠지면 직원 월급을 주지 않아도 된다는 잘못된 인식이 깔려 있는 것이다. 노동의 가치를 왜곡하는 행태다. 그렇기에 여력이 있는데도 일부러 체불하거나 힘들어지면 회삿돈을 챙겨 도주하는 사업주가 여전히 부지기수다. 물론 구조조정으로 하도급 대금을 제때 받지 못하는 협력업체의 증가도 무시하지 못할 임금 체불의 요인이다.

임금 체불을 막으려면 과감하고 강력한 수단을 쓸 수밖에 없다. 임금을 떼먹는 범죄가 얼마나 무모한지를 깨닫게 해 줘야 한다. 고의적 또는 상습적인 체불 사업주에 대한 구속 수사, 명단 공개라는 엄포로는 악의적인 체불을 막을 수 없다. 체불 사업주에 대한 현행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 규정으로는 처벌 효과를 제대로 거둘 수 없다. 실제 구속도 드물고 벌금도 턱없이 적기 때문이다. 돈을 우선시하는 체불 사업주에게는 징벌적 벌금제를 통한 엄한 처벌이 마땅하다. 체불 임금 이상의 금전적 손해를 지우는 것이다. 퇴직자에게만 적용 중인 체불 임금 이자제 역시 재직 근로자에게까지 확대하는 방안도 적극 추진할 만하다. 임금 체불에 대해서는 한 가정을 파괴하는 중범죄이자 사회악 차원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2016-09-06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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