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속속 드러나는 성완종 커넥션 또 뭐가 남았나

[사설] 속속 드러나는 성완종 커넥션 또 뭐가 남았나

입력 2015-04-21 18:00
수정 2015-04-22 0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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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완종 리스트’ 의혹이 갈수록 혼미한 양상을 띠고 있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목숨을 끊기 전 이른바 ‘메모 리스트’에 적힌 여권 핵심 8명 중 일부 인사와 무수한 전화 착발신이 오간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 특별수사팀이 최근 1년간 성 회장의 휴대전화 통화 기록을 분석한 결과 성 회장과 이병기 대통령비서실장 간의 착발신 기록은 140여 차례나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과의 착발신 기록도 40여회나 됐다. 이들 착발신 기록 중 실제로 연결된 횟수가 얼마나 되는지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알려진 것으로도 ‘성완종 커넥션’의 짙은 그림자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1년 동안 착발신이 140여회라면 이틀여 만에 한 번꼴로 통화를 시도한 셈이다. 절박한 말들이 오고 갔음은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넉넉히 알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이 실장은 “전화가 왔는데 받는 게 당연하지 내가 피할 일이 있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친하지 않은 분”이라고도 했다. 이 국면에서 친하고 친하지 않고가 중요한 게 아니다. 누가 봐도 그들의 관계에 합리적인 의심을 가질 만하다. 성 전 회장이 그동안 기업과 정치권력을 오가며 ‘정경유착형’ 경영 행태를 보여 온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이 실장에 대한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는 불가피하다고 본다.

이완구 국무총리가 그제 사의를 표명하면서 검찰 수사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검찰은 “리스트 거명자에 수사를 국한하지 않겠다”는 방침이지만 비리 커넥션의 실체가 속속 드러나면서 수사의 향방은 더욱 가늠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성완종 게이트’는 단순한 개인 비리 사건이 아니다. 정권의 도덕성과 정당성이 걸린 총체적 부정부패 케이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당 일각에서도 주장하듯 성완종 리스트에 이름이 올라 있는 이 실장이 직무를 수행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 그가 현직에 있는 한 검찰의 독립된 수사를 기대하는 것은 나무에 올라가 물고기를 구하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노릇이다. 비상한 시기에는 비상한 대책이 필요하다. 이 실장은 사퇴를 심각하게 고려하기 바란다. 이 실장의 사퇴는 정권에는 부담이 될지 모르지만 역사에 대한 책임을 진다는 측면에서는 피해 갈 수 없는 일이다. 정치권 불법 정치자금 전반에 대한 검토는 성완종 리스트에 직접 연관된 이들부터 철저히 다스리고 난 후에 해도 늦지 않다. 검찰은 보다 원칙과 기본에 충실한 수사로 한 점 의혹도 남기지 말아야 할 것이다. 어떤 성역도 없는 수사임을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 줘야 한다.
2015-04-22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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