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9시 등교’ 교육감 아닌 교장이 선택해야

[사설] ‘9시 등교’ 교육감 아닌 교장이 선택해야

입력 2014-11-05 00:00
수정 2014-11-05 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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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와 전북에 이어 내년부터 서울에서도 초·중·고교 ‘9시 등교제’가 추진된다고 한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그제 “내년부터 관내 모든 초·중·고교의 등교 시간을 9시로 늦출 수 있도록 하겠다”며 이를 기정사실화했다. 말로는 강제하지는 않겠다지만 교육청이 추진하는 정책을 일선 학교들이 거부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이른바 ‘진보 교육감’들이 전면 무상급식에 이어 또다시 설익은 정책 실험을 강요해 전국적으로 확산시키려는 형국이다. 교사·학부모·학생 등 현장의 목소리를 충분히 듣고 괜한 무리수를 두지 않기를 당부한다.

사실 몇 가지 측면에서 등교 시간을 늦출 필요성이 제기되는 것은 사실이다. 서울시교육청은 현재 대체로 오전 8시∼8시 40분인 등교 시간을 9시로 늦추면 학생들이 수면이나 아침 식사 시간에 그만큼 여유를 갖게 된다고 설명한다. 과도한 학업 경쟁에 내몰린 성장기 학생들의 신체적 부담을 덜어 준다는 명분이다. 하지만 그런 순기능만 기대할 수 없다는 점이 문제다. 올 2학기부터 9시 등교를 시행한 경기도교육청의 사례를 잘 짚어 봐야 한다. 아침잠을 좀 더 잘 수 있어 좋다는 학생들도 있지만, 정반대로 늦춰진 등교 시간만큼 하교 시간이 미뤄져 더 피곤하다는 의견도 불거지고 있다지 않는가. 학력 저하를 우려하는 시선도 없지 않은 데다 출근을 서두를 수밖에 없는 저소득 맞벌이 부부의 고충이 무엇보다 심각한 난관이다.

등교 시간을 늦추는 대신 하교 시간도 늦춰 사교육을 막겠다는 의도 또한 현실과 부합하는지 의문이다. 실제로 학원가에서는 벌써부터 새벽반을 개설할 움직임을 보이면서 등교를 늦추는 당초 취지는 퇴색할 조짐이다. 경기도교육청이 이미 겪은 후유증이다. 물론 서울시교육청은 조례를 제정해 새벽 학원 수업을 막겠다지만, 전형적인 탁상공론일 듯싶다. 대체 누가, 무슨 수로 이른 아침에 학원으로 향하는 학생들을 단속한다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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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노동에 나서는 맞벌이 부모가 출근한 뒤 남은 아동들이 끼니를 거른 채 등교하는 역설도 빚어지고 있다고 한다. 까닭에 ‘9시 등교’를 일률적으로 ‘교육 혁신’으로 치부하기도 곤란한 셈이다. 우리는 답은 현장에 있다고 본다. 생각해 보라. 예컨대 맞벌이 서민 학부모가 많은지, 적은지는 교육감보다는 일선 학교가 더 잘 파악하고 있지 않겠는가. 진보 교육감들이 무조건 9시 등교를 밀어붙일 게 아니라 학교장들의 재량에 맡기는 게 합리적이라는 뜻이다.

2014-11-05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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