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동산시장 활성화 조급증 벗어나야

[사설] 부동산시장 활성화 조급증 벗어나야

입력 2014-06-17 00:00
수정 2014-06-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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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환 경제부총리 후보자의 경제 관련 발언들은 경기 진작, 특히 부동산 가격 띄우기에 대한 조급증이 생긴 것 같은 강한 느낌을 받게 한다. 박근혜 정부 2기 내각의 경제 정책 방향은 청문회 과정에서 공식적으로 드러나겠지만, 부동산 규제 완화와 관련해 찬반 논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현오석 경제팀이 가시적인 경기 회복을 이끌어내지 못한 데 대한 책임을 지고 퇴진을 앞두고 있는 터여서 새 경제팀의 부양 의지는 십분 이해한다. 경제는 당연히 살려야 하지만 앞뒤 가리지 않고 돌진했을 때의 부작용을 생각해야 한다.

최 후보자는 부총리에 내정된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LTV(담보대출비율) 및 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 완화와 관련해 “현재 부동산 규제는 한겨울에 여름옷을 입고 있는 격”이라면서 “계절이 바뀌었으니 옷을 갈아입어야 한다”고 밝혔다. LTV와 DTI 규제완화를 시사한 것이다. 그는 추가경정예산 가능성에 대해서는 “아직 말할 단계는 아니지만 추경은 하면 하는 것”이라고 말해 현 경제정책에 대한 기조 변화를 예고했다. LTV와 DTI는 금융당국이 최후의 보루로 굳게 지키고 있는 마지막 부동산 금융 규제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DTI와 LTV는 경제 진작정책으로 쓰는 게 아니라 금융안정정책으로 써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우리나라의 가계부채가 1000조원을 돌파했고, 주택담보대출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도 금융회사나 가계의 부실로 이어지지 않고 있는 것은 마지막 빗장인 대출 규제의 위력 덕이라 할 수 있다. 수도권의 경우 대출 비율을 주택 가격의 50~60%로 제한하고 있기에 집값이 담보대출을 받을 때의 50~60% 수준으로 떨어지지 않는 이상 은행의 부실은 발생하지 않는 이치로 설명할 수 있다.

과거처럼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뛰는 시대는 지났다. 집값의 80~90%를 대출받아 주택을 매입하더라도 값이 뛰어 큰 매매 차익을 남기면 대출을 많이 해줘도 별 상관이 없던 시절은 옛 얘기가 되다시피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일부 국가의 집값 거품(버블)을 우려하면서 대출을 통한 부동산 구입을 자제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중국 등을 겨냥한 것으로, 부동산 가격 버블이 꺼질 경우 글로벌 경제에 미칠 악영향을 고려한 지적이다. 주택가격 정책은 신중히 추진해야 한다. 건설업계 등을 중심으로 부동산 부양책을 요구하고 있지만 조급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본다. 지난 4월 발표한 전국 주택공시가격을 보면 공동주택은 평균 0.4% 올랐다. 수도권은 1% 미만의 하락률을 보이기는 했지만 대구(10%), 경북(9.1%), 충남(5.1%), 광주(4.7%) 등은 물가 상승률을 뛰어넘는 인상률을 기록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 장기화 속에서도 전국 집값은 반등해 부동산 시장은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정부는 임대소득 과세 완화를 비롯한 부동산 부양책을 통해 내수 활성화를 노리고 있다. 그러나 효과를 잘 따져봐야 한다. 전문가들은 가격 조정에 따른 수요는 2차 베이비붐 세대 등 일부 세대에 국한할 것으로 내다본다. 부작용이 많은 인위적인 부양책은 피해야 한다. 소비가 살아나지 않는 것은 미래에 대한 불안 때문이다.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고, 중소·중견기업의 수출경쟁력을 높이는 등 근본적인 소비 진작책을 마련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2014-06-17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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