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美 ‘동해법’ 통과 전 세계 표기 오류 시정 계기로

[사설] 美 ‘동해법’ 통과 전 세계 표기 오류 시정 계기로

입력 2014-02-08 00:00
수정 2014-02-08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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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해만 인정하던 미국 교과서에 처음으로 동해가 함께 표기된다. 미국 버지니아주의 동해 병기 법안이 그제 하원을 통과됐다. 이 법안의 통과로 앞으로 버지니아주의 공립학교 교과서에서는 일본해와 함께 동해도 의무적으로 병기해야 한다. 세계 무대에서 동해의 공식적인 등장은 1929년 국제수로기구(IHO) 회의에서 일본해 명칭이 제기된 후 세계 지도에서 동해가 사라진 지 85년 만이다.

공화당 티머시 휴고 의원이 발의한 동해 병기 법안이 찬성 81표, 반대 15표로 압도적으로 처리된 것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법안은 미 연방정부가 견지하는 이른바 ‘단일 지명’ 원칙과 배치된다. 그럼에도 의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이끌어 낼 수 있었던 것은 한국의 일본 식민지 시절 불가피하게 일본해로 쓸 수밖에 없었던 우리의 슬픈 역사를 가슴으로 공감한 것은 물론 비판적 시각에서 역사를 재해석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더구나 일본의 집요한 방해 공작을 뚫고 이룬 쾌거라는 점도 의미가 크다. 앞서 같은 내용의 법안이 하원에 올라가자 이를 전후로 일본은 법안 저지를 위해서 총력전을 펼쳤다. 사사에 겐이치로 주미 일본대사는 매콜리프 버지니아주 주지사에게 협박성 편지를 보내고 찾아가는 것도 모자라 로비스트를 고용해 법안 저지 임무를 맡기기도 했다. 일본의 경제력을 내세워 주 의회를 회유하려고 했으나 결국 실패하고 만 것이다.

이번 법안 통과의 일등 공신은 한인의 조직적 역량을 유감없이 보여준 교포들이다. 이들은 교과서에 왜 동해를 함께 표기해야 하는 역사적 이유를 의원들을 찾아가 일일이 호소했고, 회의가 열리는 날이면 생업을 제쳐 두고 의회를 찾아 무언의 ‘압력’을 넣기도 했다. 법안을 발의한 의원이 한인이 많이 사는 지역의 의원이라는 것만 봐도 교포들이 얼마나 이 문제에 집요하게 매달렸는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법안이 통과된 이후에도 이 운동을 주도해 온 한인회장이 “주지사가 정식으로 법안에 서명할 때 이메일 보내기 운동을 벌이는 등 긴장을 늦추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모습에서 정부의 어느 고위 인사나 국회의원보다 백배 천배 낫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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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이변이 없이 버지니아 주지사가 이 법안에 서명하면 오는 7월 1일부터 법안은 효력을 발생한다고 한다. 앞으로 미국을 짊어질 학생들은 학교에서 동해를 통해 동북아의 과거사를 되짚어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일은 미국에서의 한·일 역사전쟁에서 우리의 작은 승리다. 최근 위안부 만화전도 프랑스에서 대성황을 이뤘다. 이 모두 우리 민·관이 합작해 일군 소프트외교의 개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일이 전 세계의 지도에 동해를 새겨 넣는 출발점이 되길 기대한다.

2014-02-08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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