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혼란 키우는 서울대 문·이과 교차지원 ‘유예’

[사설] 혼란 키우는 서울대 문·이과 교차지원 ‘유예’

입력 2013-12-30 00:00
수정 2013-12-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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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가 현재 고교 2년생이 치르는 2015학년도 대입부터 문과 학생도 의예과와 치의예과, 수의예과에 교차지원할 수 있게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지난 27일 유예했다. 입시제도의 급격한 변화에 따른 수험생의 혼란 등을 감안했다고 한다. 지난달 14일 문·이과 교차지원 허용안을 내놓은 지 43일 만이다. 우수 학생의 특목고 쏠림 현상과 일반고 살리기 정책의 무력화를 우려한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의 압박이 서울대가 굴복한 배경으로 거론된다. 이로써 지난 6주간 교육 현장을 요동치게 한 서울대의 문·이과 교차지원안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모양새가 됐다.

하지만 서울대가 교차지원 허용안을 거둬들이면서 ‘유예’라는 애매한 용어를 사용한 것은 교육 현장과 예비 수험생들을 더 큰 혼란에 빠뜨리는 처사다. 유예는 미루거나 늦추겠다는 뜻이다. 유예한다면서도 언제까지 미루고 언제부터 다시 추진하겠다는 설명은 없다. 대입제도 변화에 촉각을 세운 중·고교생이나 학부모들은 서울대의 갈지자 행보와 어정쩡한 태도에 속만 태울 뿐이다.

문·이과 융합을 통한 창조적인 인재 육성이라는 명분에는 이견이 없다. 미래세대의 성장동력 확충을 위해서라도 문·이과 융합은 필요한 일이고 거쳐야 할 과정이다. 하지만 굳이 ‘유예’라는 표현을 쓴 불확실한 태도는 서울대가 우수한 인재의 입도선매에 급급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키우기에 충분하다. 실제 지난달 말 마감된 서울지역 6개 외국어고 입시에서는 일반전형 경쟁률이 평균 2.10대1로 전년의 1.58대1을 웃돌았다. 2011학년도 이후 가장 높은 경쟁률이었다. 서울대의 교차지원 허용안이 반영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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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교육부는 2017학년도부터 문·이과 융합안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했다가 두 달 뒤 최종 발표에서 2021학년도로 시기를 늦춘 바 있다. 그렇다면 서울대로서는 유예를 하되 2017학년도 아니면 2021학년도부터 교차지원 허용을 검토하겠다든지, 그것도 아니면 어떤 프로세스를 거쳐 언제부터 재추진하겠다는 명확한 일정을 밝혔어야 옳다. 그것이 서울대가 제 이름값을 하는 책임 있는 자세라고 본다.

2013-12-3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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