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우리 허찌른 중국 이어도 방공식별구역 선포

[사설] 우리 허찌른 중국 이어도 방공식별구역 선포

입력 2013-11-26 00:00
수정 2013-11-26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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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지난 23일 제주도 남단 이어도를 자국의 ‘방공(防空)식별구역’(ADIZ)으로 선포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이어도 ADIZ 설정은 1969년 일본의 설정에 이어 두 번째다. 그런데 이곳에 해양과학기지 건설 등 실효적으로 점유하고 있는 우리는 정작 이곳을 KADIZ에 포함시키지 못했다니 한심한 노릇이다. 중국의 ADIZ는 이어도뿐만이 아니라 우리 KADIZ와도 상당 부분 겹친다고 한다. 중국의 이번 조치는 직접적으로는 일본과 미국을 겨냥한 것으로 보이지만 세계 경제 대국 2위로 급부상한 중국의 영토 야욕이 드러났다는 점에서 결코 가볍게 넘어갈 일이 아니다.

ADIZ란 국제법적으로 인정받는 영토 개념은 아니다. 하지만 항공기가 다른 나라의 ADIZ에 들어갈 때 사전에 통보해야 하는 등 ‘준(準) 영공’으로 통한다. 그렇기에 우리 공군기나 연구원들이 이어도에 출격하거나 방문할 경우 일본에 비행 계획을 미리 통보해야 한다. 이제는 일·중 양측에 사전 신고를 해야 하는 황당한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다. 굴욕이고 수모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어도가 우리 KADIZ에는 빠져 있지만 군의 작전인가구역에는 포함돼 있어 작전 실행이 가능한 만큼 이어도에 대한 관할권은 변함이 없다는 정부의 설명에 고개를 끄덕일 국민은 없다. 이제 정부는 일본에 이어 중국까지 이어도를 자기 관할 구역으로 선언한 이상 이어도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1951년 미군의 방공식별 구역에서 빠진 이후 정부는 60여년간 이어도를 우리 방공식별 구역에 넣지 못했다. 독도를 자국의 방공식별 구역에 넣겠다는 일본의 위협 탓으로만 돌린 채 계속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중국은 이미 수년 전부터 이어도의 관할권을 주장하는 등 이 지역의 분쟁화 의도를 드러냈다. 급기야 지난해 9월 무인항공기 원격 감시시스템 행사에서 이어도를 자국 관할 해역으로 명시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우리 정부는 2003년 220여억원을 들여 해양과학기지 건설을 한 것 외에는 뒷짐만 지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다 이번에 중국에 단단히 허를 찔린 셈이다.

정부는 중국과의 협의를 통해 방공식별 문제를 단호하게 풀어나가길 바란다. 중·일 간의 센카쿠(댜오위타오) 분쟁처럼 이어도가 그렇게 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이어도는 한·중·일 3국 가운데 우리 마라도와 가장 가깝지만 국제해양법상 영토가 아닌 암초다. 그렇기에 분쟁의 소지가 더욱 크다. 엄연히 우리 땅인 독도 문제를 이어도와 연계하는 일본에 대해서도 철저히 대응하는 한편 유엔을 포함한 국제사회를 설득해 이어도를 한국 방공식별 구역에 포함시켜야 한다. 영토 문제는 국익과 안보 차원에서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영역이다.

2013-11-26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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