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남·광주銀 매각, 지역민심·정치와 선 그어라

[사설] 경남·광주銀 매각, 지역민심·정치와 선 그어라

입력 2013-10-02 00:00
수정 2013-10-02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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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세 번이나 실패한 우리금융 민영화를 재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그 첫 단추인 경남·광주은행 자회사 매각을 둘러싸고 연고지와 정치권의 압력이 기승을 부리고 있어 우려를 떨칠 수 없다. BS(부산은행)금융과 DGB(대구은행)금융이 두 은행 모두에 입찰 제안서를 낸 가운데 경남은행은 경은사랑컨소시엄과 기업은행의 가세로 4파전, 광주은행은 JB(전북은행)금융, 광주·전남상공인연합, 신한금융그룹의 5파전 양상이다.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경남은행을 돌려주지 않으면 지역정서가 폭발할 것”이라며 대놓고 으름장이다. 박준영 전남도지사도 “시장 논리보다 지역 환원이 우선”이라고 외쳐댄다. 기업은행과 신한금융에는 “불매운동을 하겠다”는 인수 포기 협박이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어떻게든 유효경쟁이 성립되지 않게 해 유찰시킨 뒤 수의계약 등을 통해 가져가려는 속셈이 엿보인다. 지방은행 동일인 소유지분 한도 15%에 예외를 인정하라는 초법적 요구까지 하고 있는 마당이니 입찰경쟁이 본격화되면 지역과 정치권의 압력은 더욱 수위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은행을 되찾고 싶은 마음이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광주은행에는 4418억원, 경남은행에는 3528억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됐다. 고객 돈으로 부실대출을 해주다가 위험해진 은행을 온 국민의 혈세로 살려놓은 것이다. 그런데 이제 와 지역 환원 운운하는 것은 물에 빠진 사람 건져 놓으니 보따리 내놓으란 격이다.

공적자금 회수의 3대 원칙은 ‘최대한 빨리, 최대한 많이, 최대한 (금융발전에) 도움 되게’다. 어떤 경우에도 이 원칙이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 금융당국은 최고가 매각 방침을 확고히 했다. 내년 지방선거를 의식해 지역민심에 휘둘리거나 정치권의 압력에 굴해서는 안 된다. 다분히 흥행몰이용 찬조출연 성격이 짙어 보이기는 하지만 혹여라도 기업은행에 넘겨서도 안 된다. 이는 왼주머니돈을 오른주머니에 옮기는 것이나 다름없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의 직(職)이 걸렸다고 해서 매각을 위한 매각을 했다가는 후폭풍에 직면할 것이다. 국회는 공적자금관리위원 인선과 매각과정에서 발생하는 7000억원의 세금 문제를 조속히 처리해줘야 한다.

2013-10-02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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