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청와대와 야당, 대화 형식·의제 따지지 말라

[사설] 청와대와 야당, 대화 형식·의제 따지지 말라

입력 2013-08-28 00:00
수정 2013-08-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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꽉 막힌 정국을 풀기 위한 청와대와 여야의 대화 논의가 도무지 진척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닷새 앞으로 다가온 정기국회가 제때 열리지 못하는 것은 물론 다음 달 18일부터 시작되는 추석 연휴까지도 국회가 일손을 놓고 있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정치가 실종되면서 민생의 주름이 깊어가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장외로 뛰쳐나간 민주당과 여권, 즉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주고받는 3각 대화를 지켜보노라면 우스갯소리로 ‘화성남자와 금성여자의 대화’를 떠올리게 된다. 대화로 풀자는 이구동성에도 불구하고, 풀어야 할 대상이나 이를 위한 대화의 틀에 대해서는 한달 가까이 서로 동떨어진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그제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대선 때 국가정보원의 도움을 받은 것도 없고, 국정원을 활용한 바도 없다”며 민주당의 공세에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민생과 관련해서는 언제든지 여야 지도부와 만나서 논의할 생각이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6일 제의한, 양당 대표와 원내대표가 함께 참여하는 5자 회담을 민주당에 거듭 주문한 것이다. 이에 어제부터 서울광장 천막에서 밤을 새우는 ‘노숙투쟁’에 들어간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박 대통령과 자신이 먼저 양자회담을 갖고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문제를 논의한 뒤 5자 회담을 열어 민생을 논의하자고 역제의했다.

양측의 공방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고 본다. 민주당은 박 대통령과 김 대표의 양자 회동을 통해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을 자연스레 박 대통령과 연결짓겠다는 복안이고, 박 대통령과 청와대는 이런 야당의 ‘정치적 의도’에 말릴 수는 없다는 판단일 것이다. 반면 박 대통령이 고수하고 있는 5자 회담은 자연스레 민생 현안이 부각되면서 국정원 문제가 희석될 것이고, 따라서 그런 물타기 회담은 수용할 수 없다는 게 민주당의 생각일 것이다.

민생 앞에서 헌법이 정한 국회의 책무를 저버릴 수는 없는 일이다. 대화의 형식이나 의제는 얼마든지 절충이 가능하다고 본다. 박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참여하는 3자회담을 통해 국정원 문제를 논의하고, 곧바로 양당 원내대표와 함께 민생 현안을 논의하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민주당은 국정원 문제와 관련해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으나 이는 엄연히 대선 개입 여부에 대한 사법부의 심판이 내려진 뒤에 따질 일이다. 따라서 청와대는 이에 대한 부담을 털어내고 국정원 개혁방안에 대한 건설적 논의에 초점을 맞춰 대화를 펼 수도 있다고 본다. 민주당도 민심을 헤아리기 바란다. 최근 실시된 각 여론조사에서 다수 국민은 경제 활성화 등 민생 문제를 국정의 최우선 과제로 꼽으며 민주당에 장외투쟁 중단을 주문했다. 국회 안에서 국정원 문제를 푸는 방안을 찾기 바란다.

2013-08-28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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