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산가족 상봉, 금강산 관광 연계할 이유 없다

[사설] 이산가족 상봉, 금강산 관광 연계할 이유 없다

입력 2013-08-20 00:00
수정 2013-08-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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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이산가족 상봉과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를 분리 대응하기로 했다. 정부가 두 가지를 별개 사안으로 접근해 문제를 풀어가기로 한 것은 잘한 일이라고 본다. 정부 당국자는 어제 “이산가족 문제는 다른 사안과 연계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밝혔다. 북한이 그제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실무접촉을 23일 갖자는 우리 측 제안을 수용하면서 실무접촉 전날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회담도 갖자고 역제의한 데 대한 정부의 입장이다. 이는 이산가족 상봉과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를 사실상 연계하려는 북한의 움직임에 휘둘리지 않고 원칙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 표현으로 읽힌다.

북이 지극히 인도적 현안인 이산가족 문제를 ‘미끼’로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를 슬쩍 끼워 넣는 것은 온당치 않다. 우리가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회담에 관심이 없다는 게 아니다. 개성공단 재가동에 이어 이산가족 상봉까지 이뤄져 남북 간의 화해 분위기가 무르익는다면 금강산 관광 재개 논의는 저절로 따라 올 후속 사안이다. 그러나 지금 시점에서 금강산 관광 문제를 이산가족 상봉 문제보다 먼저 거론할 단계는 분명 아니라고 본다.

금강산 관광은 우리 국민인 박왕자씨가 북의 총격으로 사망한 이후 중단됐다. 관광 재개를 위한 선행조치라 할 수 있는 북측의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 관광객 신변 안전을 위한 제도적 보장 등도 없이 어물쩍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별도의 회담을 열자고 하는 것은 누가 봐도 사리에 맞지 않는 일이다. 게다가 이산가족 상봉 문제는 아직 남북 당국자가 만나 구체적 방안도 협의하지 않은 상황이다. 그런 마당에 북이 연간 4000만 달러를 벌어들일 수 있는 금강산 관광 문제를 먼저 논의하자는 것은 인도적 차원의 사안보다 ‘잿밥’에 더 신경쓰고 있음을 자인하는 격이나 마찬가지가 아닌가.

물론 북한으로서는 개성공단 정상화와 금강산 관광 재개 등 남북 경협의 재개는 향후 해외투자의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바로미터이기에 서두를 법도 하다. 하지만 일에는 순서가 있다. 정부가 어제 5·24 조치 해제에 대해 “천안함 폭침사건과 관련한 북의 태도에 진전이 있어야 남북교류를 전면 중단한 5·24 조치 해제도 가능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도 그런 맥락에서 일 것이다.

개성공단 정상화에 합의했다고 해서 북한의 책임 있는 조치, 특히 우리 국민의 신변안전 보장도 없이 덜컥 금강산 관광을 재개할 수는 없지 않은가.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실무접촉 회담 소식에 벌써 이산가족들은 “이번에는 꼭 가족들을 만날 것 같다”며 그 어느 때보다 높은 기대감을 갖고 있다고 한다. 북은 이산가족들의 고통과 아픔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겠다면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로 이산가족의 상봉을 발목 잡아서는 안 될 것이다.

2013-08-2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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