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제민주화, 갑의 횡포 단절부터 시작하라

[사설] 경제민주화, 갑의 횡포 단절부터 시작하라

입력 2013-05-07 00:00
수정 2013-05-07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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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현장에서 계약상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갑의 횡포가 도를 넘어섰다. 나이를 따져 묻지도 않고 을이라는 이유만으로 폭언·욕설을 쏟아놓는가 하면, 폭력마저 서슴지 않는 게 작금의 현실이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갑의 횡포는 또 얼마나 많겠는가. 갑이 을에게 군림하는 현상은 더는 묵과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본다. 이제 갑이 횡포 수준을 넘어 막무가내식 행패를 부리는 연결 고리를 끊고, 갑을관계를 새롭게 정립할 때가 됐다,

국내 유제품 업계 점유율 1위인 남양유업 영업사원이 대리점주에게 욕설과 함께 물량 떠넘기기를 했다는 사실이 3년 만에 밝혀졌다. 이는 갑의 횡포 중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이 회사 대리점주들은 회사가 제품 떠넘기기 수준을 넘어 떡값과 임직원 퇴직위로금까지 요구했다는 제2, 제3의 녹취록을 갖고 있다고 한다. 약자에 해당하는 대리점주들을 얼마나 쥐어짰는지를 짐작하게 한다. 30대 영업사원이 50대 대리점주에게 욕설 등 패악을 저질렀다니, 해당 사원이 회사를 그만두고 대표이사가 사과했다고 어물쩍 넘겨선 안 될 일이다.

우리 사회는 대기업이 갑이고 중소기업과 하청업체는 을인 분위기에 찌들어 있다. 공무원은 갑의 지위에 있고 기업은 을의 위치에 있다. 강자가 군림하고 가진 자가 우월적인 지위에 있는 이런 ‘갑을문화’는 우리 사회에 고질병처럼 번져 있다고 여겨진다. 포스코 상무가 승무원을 폭행한 일이나, 제과회사 회장이 서울시내 호텔에서 주차 문제로 호텔 지배인을 폭행한 일은 한 단면에 불과하다. 삐뚤어진 갑을 문화는 한시바삐 고쳐야 할 우리의 부끄러운 자화상일 뿐이다. 오죽했으면 도를 넘은 갑의 횡포에 ‘갑질’이라거나 ‘을사(乙死)조약’이라는 자조적인 표현이 생겨났겠나.

차제에 갑을문화를 전면적으로 손질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 점에서 “갑 노릇만 45년간 하다가 언젠가 터질 일이었다”는 포스코 간부의 자성은 새겨들을 만하다. 대기업은 군림하는 자세를 버리고 중소기업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마음가짐으로 대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사회지도층은 이웃을 존중하는 낮은 자세를 갖기 바란다.

갑을문화를 바꾸는 일을 기업 자율에만 맡겨서는 안 될 일이다. 갑의 횡포를 근절하기 위해 경제민주화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할 것이다. 대리점이 우유 10박스를 보내달라고 하면 회사는 50박스, 100박스를 갖다 주거나 유통기한이 다 된 우유를 갖다 안기는 일은 용납될 수 없는 범죄행위다. 사정당국은 물론이고 공정거래위원회, 고용노동부 등이 범정부적으로 나서 이런 불공정 행위를 근절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앞으로는 대기업과 갑의 횡포에 억울함을 호소하는 중소기업과 사회적 약자가 더 이상 나오지 않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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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mbnail - 김길영 서울시의회 국민의힘 대표의원 “일하는 의회, 정책으로 승부할 것”

2013-05-07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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