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공기관장 인사, 코드 말고 전문성이 먼저다

[사설] 공공기관장 인사, 코드 말고 전문성이 먼저다

입력 2013-03-13 00:00
수정 2013-03-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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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들이 속속 임명되면서 산하 공공기관장 인사도 곧 이루어질 전망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그제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국정과제 수행을 위한 인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공공기관에 앞으로 인사가 많을 텐데, 국정철학을 공유할 사람을 임명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주문했다. 당선인 시절 공공기관 임원 인사에 ‘전문성’을 강조했던 그가 ‘국정철학 공유’라는 전제를 하나 더 붙인 것이다. 국정 성과의 제고를 위해 국정철학의 공유는 전문성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점을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이 말이 자칫 ‘코드’나 ‘보은’ 인사의 구실로 변질되어서는 안 된다고 본다.

박 대통령은 야당 시절, 참여정부의 공공기관 ‘낙하산 인사’ 논란 때마다 “정권 자신을 해치는 것”이라든지, “이념 편향적 코드인사로 국력을 낭비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명박 정권 말 청와대 비서관 등의 공공기관 낙하산 인사에 대해서는 “국민께 부담이 되고, 다음 정부에도 부담 되는 잘못된 일”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런 일련의 발언으로 미루어 원칙과 신뢰를 중시하는 박 대통령이 전 정권들의 행태를 답습할 것 같지는 않다. 다만, 정권 창출에 기여한 사람들에게 나눠줄 자리가 한둘이 아닌 데다, 대통령이 되고 난 뒤 발언의 무게를 고려할 때 국정철학 공유를 전문성보다 앞세워 논공행상에 나설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든다.

공공기관장이나 감사 자리는 그동안 정권의 전리품이나 다름없었다. 군사정권 때는 군 출신 인사들이 독점했고, 민주화 이후의 정권들도 예외 없이 선거 공로자들로 대거 채웠다. ‘2인자’ 격인 감사 자리는 전문성이라곤 없는 권력 측근들이 줄줄이 차지하면서 책임은 작고 고액의 월급만 받아 ‘숨겨진 신의 보직’이란 소리까지 나온다. 그러니 낙하산 인사들은 노조와 적당히 타협해 임기 채우기에 급급한 채 이렇다 할 성과 없이 방만한 경영으로 빚만 잔뜩 쌓아 놓았다. 인사의 폐해는 이렇게 국가와 국민에게 짐만 지우는 근본 원인인 것이다.

공공기관과 공기업도 이제는 경쟁력이 생명이다. 그 출발은 바로 공정한 인사다. 대통령의 영향력 아래 있는 공공기관장과 감사 자리는 590개라고 한다. 박근혜 정부야말로 대통령의 평소 의지를 적극 반영해 낙하산의 폐단을 없애주길 진정으로 바란다. 특히 기관장 공모제가 적용되는 공공기관에 대해서는 미리 낙점 인사를 정하는 형식적인 절차가 아닌, 법과 규정에 따라 투명하고 공정하게 진행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정치인과 전직 고위 공직자들이 독점하다시피 하는 폐단을 막고 민간의 우수한 경영인들을 영입할 수 있다. 가뭄에 콩 나듯 한 여성 임원의 숫자도 국회에 계류 중인 관련 법안(5년 내 여성임원 30%)을 조속히 입법해서 변화의 큰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

2013-03-13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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