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형마트 찬거리 판매금지 正道 아니다

[사설] 대형마트 찬거리 판매금지 正道 아니다

입력 2013-03-11 00:00
수정 2013-03-11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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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에서 콩나물, 두부, 생선, 계란 등 51개 품목을 팔지 못하게 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의 영세상인을 보호하기 위해서란다. 그 명분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그것이 과연 소비자 편익을 얼마나 염두에 둔 것인지 따져보면 ‘단견’(短見)이 아닐 수 없다. ‘탁상행정’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려워 보인다. 모든 정책에는 빛과 그림자가 있다. 이번 조치는 빛보다는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는 게 우리의 생각이다. 물론 적극적으로 반기는 영세업자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매달 일요일과 공휴일 중 이틀을 의무적으로 휴업하고 있는 대형마트 측으로서는 이중으로 규제를 받는 셈이다. “장바구니 필수품목이 다 망라돼 있어 의무휴업이나 영업시간 제한과 비교할 수 없는 폭탄 규제”라고 반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대형마트 측의 입장을 대변하려는 게 아니다. 영세상인을 살린다는 취지는 자칫 소비자들의 권리를 부당하게 침해할 수 있다. 삼겹살을 구워 상추에 싸서 먹으려고 한다고 치자. 대형마트에서 삼겹살을 사도 상추를 사기 위해서는 다시 재래시장을 가야 할 판이다. 이곳저곳 발품을 팔고 다녀야 한다는 얘기다. 이처럼 비효율적으로 장을 봐야 한다면 이에 드는 품은 물론이고 그로 인한 물류비용 또한 적지 않은 낭비를 초래한다. 사실 재벌 기업들이 콩나물·두부 등을 만들어 파는 것 자체가 잘못된 출발이지, 제조하도록 허가는 해놓고 뒤늦게 대형마트에서 팔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얼마나 설득력을 얻겠는가. 유통비용을 줄이는 것이야말로 서민의 체험물가를 낮추는 길임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번 조치가 박원순 서울시장의 ‘상생’을 위한 선거공약 이행이라는 점은 이해한다 해도 그것이 과연 누구를 위한 공약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아무리 좋은 뜻으로 추진한 정책이라 해도 소비자들의 선택권까지 박탈할 수는 없다. 정말 서울시정의 한 목표에 ‘영세상인 살리기’를 두고 있다면 손쉬운 대형마트 규제보다 골목시장과 재래시장 등을 더 활성화해 시민들이 제 발로 찾아가도록 유인하는 정책에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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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11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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