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임기말 특사 ‘권력형 비리’ 끼워넣을 명분없다

[사설] 임기말 특사 ‘권력형 비리’ 끼워넣을 명분없다

입력 2013-01-28 00:00
수정 2013-01-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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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그제 “부정부패나 비리에 연루된 사람들에 대한 사면은 국민을 분노케 할 것”이라며 청와대의 임기말 특별사면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 권력형 비리로 유죄판결을 받은 이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특사가 이뤄져서는 안 된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사면 대상자로 이명박 대통령의 멘토로 불리던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친구인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대표,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의 사촌오빠인 김재홍 전 KT&G복지재단 이사장 등이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라 신·구 권력 간 미묘한 긴장이 조성되고 있다. 우리는 박근혜 당선인은 기회 있을 때마다 “돈 있고, 힘 있으면 잘못을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만연한다면 국민에게 법을 지키라고 해도 와 닿지 않는다.”면서 사면권의 남용을 경계했던 만큼 인수위의 문제 제기 자체는 적절하다고 본다.

사면은 헌법 제79조에 명시된 대통령의 고유권한이지만, 법원의 판결을 뒤집으며 권력분립의 틀을 흔드는 제도인 만큼 반(反)헌법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나아가 특정 범죄의 선고 효과를 소멸시키는 일반사면보다 특정인의 형을 면제해 주는 특별사면이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대통령의 측근이나 대기업 총수에게 무분별하게 면죄부를 주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역대 정부는 임기 초와 임기 말, 삼일절이나 광복절에 관행처럼 사면권을 행사했다. 김영삼 정부는 8차례, 김대중 정부는 6차례, 노무현 정부는 9차례 사면을 실시했고, 이명박 정부도 이미 6차례 사면 결정을 내렸다. 역대 정부의 특사가 하나같이 국민통합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국민의 눈에는 특권층에게만 베풀어지는 시혜로 비치면서 외려 통합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기도 했다.

대통령의 임기 말 특별사면이 반드시 문제만 있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임기 동안 뜻하지 않게 쌓였던 사회·정치적 갈등을 해소하는 차원의 특사는 긍정적인 요소도 많을 것이다. 시각의 차이가 있을 수 있겠지만, 이른바 용산참사로 실형을 선고받은 철거민들은 도시 재개발의 희생자이기도 하다는 측면에서 특사 요구가 적지 않다는 점을 감안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역대 대통령들이 국민 화합을 도모한다는 논리로 비리 전과가 있는 야당 정치인이나 반대 진영 인사들을 풀어주면서 권력형 비리에 연루된 측근인사들을 특별사면에 슬그머니 끼워넣는 일이 다반사였다. 청와대가 이제 그런 명분 없는 일을 되풀이하지 않기를 기대한다.

2013-01-28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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