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정선거 비용까지 국고로 메워줘야 하나

[사설] 부정선거 비용까지 국고로 메워줘야 하나

입력 2012-06-15 00:00
수정 2012-06-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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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11 총선에서 부정 경선을 치른 혐의를 받고 있는 통합진보당 비례대표들이 선거비용을 국고보조금으로 보전받아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이들 중 부정 선거 파문의 핵심 당사자인 이석기·김재연 의원은 소속 당으로부터 사퇴 요구를 받고 있다. 그런데도 이들의 선거비용까지 국민의 주머니에서 나온 예산으로 메워주는 것은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엊그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발표에 따르면 19대 총선에서 비례대표 6명이 당선된 통진당은 비례대표 선거비용으로 49억 5900만원을 보전받았다. 비례대표 당선자가 25명인 새누리당보다 총액도 많지만, 1인당 국고보전액도 8억 2650만원으로 새누리당의 4배를 웃돌았다. 물론 당선자 수가 적은 당에 더 많은 국고를 지원했다는 게 문제의 본질은 아니다. 민주주의 제도의 근간을 흔든 선거 사범들에게 혈세를 쏟아부은 게 원천적 잘못이란 뜻이다. 반칙으로 이긴 선수의 메달을 박탈해도 모자랄 판에 주최 측이 관중에게 거둔 입장료를 경기 수당으로 나눠주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현행 선거법에 따르면 정당 득표율이 3%를 넘겨 비례대표를 1석이라도 얻으면, 선거비용 실사 절차를 거쳐 한도 내에서 보전받을 수 있게 되어 있다. 당별로 공천자나 당선자 수가 다른데도 동일한 비례대표 선거비용 보전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선거법의 맹점이라고 치자. 진짜 심각한 문제는 부정선거를 저지른 당선자의 선거비용까지 국고로 부담하는 일이다. 국고보조금 제도는 ‘검은돈’의 살포를 막고 선거공영제를 확대하는 취지에서 도입되지 않았는가. 그러나 부정 경선 파문의 주역들에게 국고를 지원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국민의 혈세가 ‘검은돈’이 되는 웃지 못할 역설이 빚어진 셈이다.

통진당 구당권파가 저질렀다는 온갖 부정선거 의혹 사례를 보라. 가짜 주민번호를 이용한 유령 투표 의혹에다 동일 인터넷주소(IP)를 통한 온라인 집단투표에 이르기까지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다. 그럼에도 당 안팎의 사퇴 요구에 완강히 버티고 있는 이들에게 국고로 선거비용을 보전한다면 부정선거를 추인하는 꼴이다. 그들에게 지급된 혈세를 환수할 방안을 강구해야 할 이유다. 혹여 현행 선거법 등에 허점이 있다면 차후 유사 사태를 막기 위한 보완책 마련도 서둘러야 한다.

2012-06-15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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