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선관위 “복지공약 비교 발표는 선거법 위반”

[사설] 선관위 “복지공약 비교 발표는 선거법 위반”

입력 2012-04-06 00:00
수정 2012-04-06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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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재정부가 4·11 국회의원 선거에 나선 각 정당의 복지 공약을 분석해 언론에 발표한 것은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어제 밝혔다. 선관위는 이에 따라 재정부에 선거 중립 의무를 준수하라고 촉구했다. 선관위가 정부 기관을 상대로 선거 중립 의무의 준수를 촉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선관위는 “정당 간의 자유경쟁 관계가 정부의 개입에 의해 왜곡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 공직선거법 제9조의 취지”라면서 “국가기관에는 선거기간 동안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거나 편파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모든 행동을 최대한으로 자제해야 한다는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재정부는 그제 정부합동 복지태스크포스 3차 회의가 끝난 뒤 기자회견을 열어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내놓은 복지공약 266개를 모두 집행하려면 기존 복지 예산 92조 6000억원 외에도 5년간 최소 268조원이 더 필요하다.”면서 “복지 수요 증가와 고령화 추세를 고려하면 더 많이 들 수도 있다.”고 밝혔다. 선관위가 지적한 대로 선거일을 불과 일주일 정도 남겨둔 시점에서 재정부가 선거에 참여한 정당들의 공약 가운데 복지 부분만 떼어내 소요 예산의 추계액이 과다하다고 부각시킨 것은 선뜻 납득이 가지 않는다. 이 같은 행동은 유권자의 판단에 부당한 영향을 미쳐 선거 결과를 왜곡할 수 있다는 것이 선관위의 판단이다.

선거를 겨냥한 정치권의 복지 공약 경쟁이 정도를 넘어섰다는 데는 국민 대다수가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선거 공약이 그대로 살아남아 실제 정책으로 집행되는 사례는 드물다. 국회 내의 논의, 정부와의 협의를 거치며 공약의 내용이 걸러지는 것이 상례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는 한번도 선거를 앞두고 특정 공약을 분석해 비판한 전례가 없다고 한다. 그런데도 재정부가 회견을 자청해 여야의 복지 공약을 비판한 것은 지나쳤다고 볼 수밖에 없다. 재정부는 정치적 의도는 전혀 없고 재정 당국으로서 업무를 수행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여당인 새누리당보다 야당인 민주당의 복지 공약이 훨씬 많고, 그에 따른 예산 규모도 훨씬 커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오해의 소지가 적지 않다. 안 그래도 혼탁한 선거 분위기에 정부까지 끼어들어 유권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들어서는 안 될 것이다.

2012-04-06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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