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등록금 철폐 투쟁’ 시장이 할 말 아니다

[사설] ‘등록금 철폐 투쟁’ 시장이 할 말 아니다

입력 2011-11-17 00:00
수정 2011-11-17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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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이 그제 동국대 강연에서 “등록금 인하 투쟁은 백날 해도 안 된다.”며 “등록금 철폐 투쟁을 왜 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독일이나 스웨덴, 핀란드에 가 봐라. 대학생이 등록금을 내나.”라며 “세금을 내는데 왜 그들은 안 내고 우리는 내야 합니까.”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인구 1000만 수도 서울을 책임진 시장의 말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다. 경박하고 무책임하다. 박 시장 자신은 정작 스웨덴에 가서 무엇을 보고 왔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스웨덴이 ‘복지천국’이라면, 그것은 국민 세금의 소산이다. 박 시장 또한 이를 모르지 않을진대 그런 사실은 외면한 채 선동적인 발언을 하고 있으니 무슨 저의라도 있는 것인가. 박 시장은 더 이상 제도권 밖에서 아이디어만 생산하고, 책임지지 않는 비판을 하던 일개 시민운동가가 아니다.

박 시장은 당선 이후 정치적 행보를 거듭해 벌써부터 시정의 정치화를 부추긴다는 비판을 듣고 있다. “과잉으로 정치화된 서울”을 바로잡겠다던 출마 당시의 초심은 도대체 어디로 갔는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재검토를 요구해 논란을 낳고, 야권 통합작업에도 깊숙이 발을 담가 주목받고 있는 게 박원순 서울시장의 현주소다. 이쯤 됐으면 박 시장은 자신이 그토록 경멸해 마지않던 ‘정치시장’의 길을 가고 있지 않나 스스로 냉철히 돌아봐야 한다.

박 시장은 등록금 문제는 예산과 재정의 문제가 아니라 비전의 문제이고 가치의 문제라고 했다. 일도양단의 형식논리다. 등록금은 ‘이상’이 아니라 ‘현실’이다. 그렇기에 반값 등록금 실행이 어렵고, 등록금 철폐는 관념적인 얘기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시장직의 무게를 감안해 말 한마디에도 좀 더 신중을 기해야 한다. 툭툭 한마디씩 내던지는 식의 즉흥적 스타일은 정책 혼선을 초래할 뿐이다. 노숙인 퇴거 문제로 코레일과 갈등을 빚은 것이 그 한 예다. 박 시장은 어제 온라인으로 생중계된 ‘나홀로’ 취임식을 통해 ‘시민이 시장’임을 선언했다. 서울시민이 원하는 것은 결코 이미지·이벤트 시장이 아니다. 더구나 포퓰리즘 시장은 더욱 아니다. 아무쪼록 공직의 엄중함을 깊이 새겨 진정한 ‘시민의 시장’이 되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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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17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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