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서울교육청 방과후 학교 지침 현실성 없어

[사설] 서울교육청 방과후 학교 지침 현실성 없어

입력 2011-07-14 00:00
수정 2011-07-14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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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청이 엊그제 방과후 활동 교과수업 최소화 지침을 서울 초·중·고등학교에 내리면서 방과후 학교 정책을 둘러싼 논란이 또다시 불거졌다. 국·영·수 등 정규 교과 말고 예체능이나 인성교육 등을 중심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하라는 게 시교육청의 주문이다. 국·영·수 교과 수업이 가이드라인보다 많은 학교에 대해선 예산 배정 등에서 불이익을 주겠다는 강제 ‘안전판’도 마련했다. 예체능 교육을 강화하고 인성을 함양하겠다는 것 자체를 나무랄 수는 없다. 그러나 시교육청의 일방적이고 획일적인 비(非)교과 수업 지침은 교육현장의 목소리와는 거리가 있는 탁상행정이라는 게 우리의 생각이다.

방과후 학교는 2004년 사교육비를 경감하고 사회 양극화에 따른 교육 격차를 완화해 교육복지를 구현한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지난해 6월 기준 전국 초·중·고교의 참여율은 99.9%에 달한다. 하지만 정작 학생 참여율은 63.3%에 불과하다. 방과후 학교가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도록 할 만큼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는 방증이다. 특히 당초 기대했던 사교육 경감 효과는 초라하기 짝이 없다. 최근 한국교육개발원 조사에 따르면 학부모의 70%는 사교육을 줄이는 데 방과후 학교가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사교육 경감은 교육과학기술부가 스타 강사를 방과후 학교에 투입하는 방안을 추진할 정도로 절실한 사안이다. 이런 사정을 모를 리 없는 시교육청이 방과후 인성교육 운운하는 것은 지나치게 안이한 발상이다. 방과후 학교를 하지 말자는 얘기와 다를 바 없다.

방과후 학교 운영은 교육격차를 줄이는 데 무게를 둬야 한다. 형편이 어떻든 학부모들이 자녀를 학원에 보내는 것보다 방과후 ‘교과’ 수업을 듣는 걸 선호할 정도로 교육의 질을 높이는 게 급선무다. 학교의 학원화에 대한 우려는 별개의 문제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방과후 학교에 비교과 프로그램을 설치하는 건 권장사항”이라며 한발 뺀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입시가 개인의 운명을 좌우하는 풍토에서 교육의 이상을 추구하는 것만큼 중요한 게 현실을 직시하는 것이다. 시교육청은 좀 더 교육수요자의 입장에 서서 정책을 가다듬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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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7-14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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