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공기관 청렴도 조사 확 뜯어고치자

[사설] 공공기관 청렴도 조사 확 뜯어고치자

입력 2011-06-18 00:00
수정 2011-06-18 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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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해양부 직원들이 지난 3월 연찬회 명목으로 제주도에 몰려가 4대강 공사 업체들로부터 온갖 향응을 받은 사실이 총리실 공직복무관리관실에 적발됐다. 이어서는 부동산산업과장이 부동산투자신탁회사 사주에게서 산삼과 현금 2000만원 등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최근 며칠 새 잇달아 공개돼 국민의 분노를 산 국토부 직원들의 ‘비리 시리즈’이다.

그런데도 그 몸체인 국토부가, 지난해 국민권익위원회가 실시한 공공기관 청렴도 평가에서 중앙정부기관 38곳 가운데 2위를 차지했다. 민원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외부청렴도는 ‘우수’, 직원 대상인 내부청렴도 조사에서는 ‘매우 우수’를 받았다는 것이다. 참으로 기가 막힐 노릇이다. 해당기관에서 비리가 속출하는데 청렴도는 가장 높은 수준이라니, 이같은 조사는 왜 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평가 결과가 이처럼 엉뚱하게 나온 까닭은 자명하다. 평가 방식이 부처별 특수성을 반영하지 못한 채 일률적인 기준을 적용해 점수를 매기는 데 그치기 때문이다. 예컨대 국토부에 대한 외부 평가 중에는 민원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가 있는데, 이번에 비리가 드러난 부서는 대민업무 쪽이 아니기에 평가대상에 들지 않았다. 산하기관 직원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 역시 뿌리 깊은 먹이사슬 구조 탓에 정확한 평가가 내려질 수 없는 상태이다. 게다가 정부 부처 중에는 고정적인 평가 방식에 맞춰 점수 관리를 하는 인력을 따로 둔 곳까지 있다고 한다.

권익위도 현행 방식의 문제점을 개선하고자 연말 발표하는 2011년 평가부터 새 방식을 추가했다. 각 기관에서 부패로 처벌받은 공직자 현황을 뽑아 점수화하기로 했다. 비리 공직자 숫자와 그 직급, 부패 유형 등을 두루 따져 점수에 반영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런 정도로는 청렴도 평가를 근본적으로 개선할 수 없으므로 외부 평가를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학계·언론계 등의 전문가를 평가 과정에 활용하고 국민 인식 또한 모자람 없이 반영해야 하겠다. 현실과 동떨어진 청렴도 평가는 정부 신뢰성만 갉아먹을 뿐이다. 이참에 공공기관에 대한 청렴도 평가 방식을 확실하게 뜯어고쳐 국민의 신뢰를 되찾기 바란다.
2011-06-18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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