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낡은교실 고칠 돈으로 무상급식 하겠다니…

[사설] 낡은교실 고칠 돈으로 무상급식 하겠다니…

입력 2010-11-10 00:00
수정 2010-11-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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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청이 내년도 예산안을 확정하면서 교육환경개선 등 시설사업비 예산을 올해보다 1800억원(27%)이나 줄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신 초등학교 무상급식 예산을 올해보다 1032억원(775%) 늘렸다고 한다. 낡은 교실 수리 등에 쓰일 예산을 줄여 무상급식을 하겠다니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을 금할 길 없다. 가정에서도 돈을 쓸 때에는 우선 순위가 있는 법이다. 건강·안전 관련 지출이 먼저다. 가정에서도 이럴진대 시교육청이 학생들의 안전과 직간접으로 관련된 예산을 뒤로 돌린 일은 곽노현 교육감의 공약실천을 위해 진정한 교육투자를 후순위로 밀쳐놓은 것이나 진배없다.

상계동 노원고교를 졸업한 한 대학생이 서울시교육청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보면 학교 시설이 얼마나 낙후돼 위험한지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이 학생은 “비가 오면 금이 간 학교 건물내벽을 타고 비가 줄줄 흘러 학생들과 교사들이 ‘자연폭포’라고 농담한다.”고 자신의 모교를 설명했다. 그는 이어 “후진국처럼 학생들이 수업하다가 건물이 무너져 뉴스에 나와야 누가 징계를 받지 않을까 싶다.”면서 “대체 학교 건물이 이런 건 어느 기관 책임”인지를 따져 묻고 있다. 얼마나 후배들의 안전이 걱정됐으면 이런 글을 올릴까 싶어 참으로 안타깝기 짝이 없다.

이처럼 낙후된 교육현장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외면하는 시교육청의 행정을 보니 과연 누구를 위한 교육행정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홈페이지에는 이 밖에도 ‘교육 환경을 개선해 주세요’와 같이 학교 시설의 안전을 우려하는 글들이 줄줄이다. ‘무상급식 예산편성보다 낙후된 교육환경을 개선하는 데 신경을 써달라.’는 당부의 글도 적지 않다. 옳은 지적이다. 국민들 가운데 전면 무상급식이 교육환경개선 예산보다 앞서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별로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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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학교 시설 문제는 지역 간의 편차가 심하다. 부자동네 학교가 시설이 낙후될 리 없기 때문이다. 시교육청은 “시설 관련 예산을 줄이지 않고 추경예산에서 확보할 것”이라고 해명하지만 국민들 눈에는 가난한 동네 학교 교실에 비가 새도 무상급식을 우선시한다는 얘기로밖에 안들린다. 곽 교육감은 “누가 밥 공짜로 달라고 했나? 먹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안전하고 질 높은 교육”이라는 시민들의 의견에 귀기울이길 바란다.

2010-11-1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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