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제단체 타임오프 ‘역주행’ 앞장서는가

[사설] 경제단체 타임오프 ‘역주행’ 앞장서는가

입력 2010-09-11 00:00
수정 2010-09-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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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경영자총협회, 대한상공회의소 등 주요 경제단체들이 기업을 상대로 100억원대의 한국노총 지원 후원금을 걷고 있다고 한다. 전경련은 삼성과 현대자동차 등으로부터 37억원, 경총은 은행연합회 기금에서 38억원, 대한상의는 두산그룹 등에서 11억 5000만원 등 모두 103억원 모금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한국노총이 각 기업에 파견한 노조전임자 127명의 임금 2년치를 보전해 달라고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모금 의뢰를 받은 기업들은 타임오프제(유급 노조전임자 급여제도) 시행 이후 급여를 받지 못한 한국노총 파견자의 임금을 보전해 주려는 편법이며, 제도에 역행하는 조치라고 반발하고 있다.

시행 3개월에 들어선 타임오프제의 연착륙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다. 올 들어 단체협상이 끝난 100인 이상 사업장 1446곳 중 70.3%인 1016곳이 타임오프를 적용하기로 했다. 특히 타임오프 무력화 투쟁의 간판으로 꼽히던 기아자동차 노사가 타임오프 단체협상을 타결지으면서 걸림돌이 제거된 상태이다. 법원도 민주노총이 낸 타임오프 한도 고시 무효확인 소송에서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후유증도 만만찮다. 8월 한 달 동안 3개 사업체가 타임오프 파업에 대응해 직장을 폐쇄했다. 일부 기업에서 노사 간 이면합의가 이뤄지는 것도 문제다. 노조 전임자를 법적 한도로 줄이는 대신 회사가 보존수당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타임오프제 도입의 취지가 무색하다.

이 와중에 기업의 입장을 대변해야 할 경제단체들이 특정 상급단체 전임자의 임금을 대주는 것은 분별 없는 처사다. 기아차 단체협상에서 고배를 마신 민주노총이 벼르는 것도 변수이다. 내년 3월까지 전임자 임금 문제를 타결해야 하는 현대자동차 노사협상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노사관계 선진화라는 이름표를 단 타임오프 기금 마련에 반대하지는 않는다. 다만, 상급단체 전임자 임금을 직접 지급하는 방식은 접어야 한다. 대신 한국노총 소속이든, 민주노총 소속이든 상관없이 고용창출과 지역발전에 이바지한 모범기업에 기금을 지원하는 방식을 검토하기 바란다.
2010-09-11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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